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0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호주로 출국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향해 항의하기 위해 기다리다 이 전 장관이 몰래 입국심사를 마치고 탑승 구역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다.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0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호주로 출국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향해 항의하기 위해 기다리다 이 전 장관이 몰래 입국심사를 마치고 탑승 구역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 내정자가 전날(10일) 호주로 출국한 것과 관련해 야권이 일제히 반발했다. 야당은 이와 관련해 외교부 및 법무부 장관에 대한 법적 검토와 함께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실상 국가기관이 공권력을 동원해 핵심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킨 초유의 사태”라며 “이런 대통령의 행태는 우리 헌정사상 그리고 외교 역사에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일 주호주 대사로 임명된 이 내정자는 공수처로부터 출국금지 조처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으나 법무부는 지난 8일 본인이 수사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는 이유로 출금금지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이 내정자는 전날 오후 7시 45분경 인천공항을 통해 호주 브리즈번으로 향했다. 홍 원내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의원들이 인천공항서 규탄대회를 열었음에도 이 내정자의 출국 모습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사실상 정부가 나서서 이 내정자의 해외 도피를 도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원내대표는 “외교부는 외교관 여권을 발급하고 공수처는 형식적인 4시간 소환 조사로 해외 도피를 방조했다”며 “(법무부는) 대통령실과 관련된 핵심 피의자인 이 내정자를 해외로 도피시켜 대통령실로 수사가 연결되지 않도록 수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과 출국에 관여한 외교부, 법무부 장관 및 관계자 전원에 직권남용과 수사 방해 혐의로 고발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이어 “유관 상임위를 소집해 관련된 내용을 따지고 법적 검토 이후 외교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아닌 다른 야당들도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피의자 이종섭이 결국 도피에 성공했다. 가히 ‘런종섭’이라고 불릴 만하다”며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윤 대통령에게 묻겠다. 국가권력이 장난 같습니까”라고 쏘아붙였다. 녹색정의당과 새로운미래 등도 “범죄 은닉”, “국가 권력이 동원된 총체적 범죄 은폐”라고 비판했다.

한편 여당은 이러한 야권의 비판에 선을 긋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수사가 작년 9월부터 진행됐다”며 “충분히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우호국의 대사 임명에 있어 무한정 공석으로 둘 수 없기에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라며 “국익을 위한 외교에 또다시 정파의 정략적 이익을 앞세운 정쟁은 결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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