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이 자본확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이 자본확충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진 가운데 추가 증자 추진 논의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케이뱅크는 당초 연내 추가 증자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주주사들의 여러 사정으로 추진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안팎에서는 1차에 이어 추가 증자 역시 삐거덕 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심성훈 행장의 고민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 추가 유상증자 스케줄 지연 우려 ↑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위해 주주들과 협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연내 유상증자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아직 정확한 유상증자 규모도 확정하지 못했다.

당초 케이뱅크는 약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이보다 더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최소한 1,500억보다는 많은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방침”이라며 “현재로서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주요 주주사들과의 협의도 진척 속도가 느리다고 알려졌다.  대주주인 우리은행의 경우 수장 교체 이슈로 케이뱅크 유상증자 이슈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우리은행은 채용 비리 이슈로 홍역으로 겪으며 최근 수장이 교체됐다. 손태승 우리은행장 내정자는 22일 은행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각종 내부적인 현안이 산적해 있어, 적극적으로 유상증자에 임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인터넷뱅크 인가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으로 몸살을 앓은 만큼 참여에 소극적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주주를 중심으로 논의가 속도를 낸다고 하더라도 유상증자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외부에서 걱정하는 것 만큼 증자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 우려가 높다.

◇ 은산분리 완화 기대감↓… 유상증자 성공 여부 '주목'

앞서 1차 1,000억 규모의 증자에서 어려움을 겪은 전력이 있어서다. 지난 9월 증자 당시 케이뱅크는 19개 주주사에 지분 비율대로 배정했지만 7개 주주사가 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272억원 규모의 실권주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엠디엠(MDM)이 새로운 주주사로 참여하고 KT, 우리은행 등 주요 주주들이 의결권 없는 전환주 방식으로 나머지 주식을 인수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이번에도 주주들과 의견 조율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케이뱅크는 주주가 20곳에 달한다. 주주 간 저마다의 이해관계가 달라 의견 조율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또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백지화 우려로 성장성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금융당국 쇄신안을 마련해온 금융행정혁신위원위는 20일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은 이날 ‘금융행정혁신위’ 최종권고안을 발표하면서 “은산분리 완화가 한국 금융발전의 필요조건으로 보고 있지 않다”며 “국회를 비롯해 각 계의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득과 실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케이뱅크에 대해서는 “은산분리 완화에 기대지 말고 자체적으로 발전방안을 제시하라”고 일침을 놨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을 막는 규제를 뜻한다.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은 은행지분을 최대 10%까지만 소유할 수 있고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경우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해당 규제 완화를 추진하며 ICT 기업 주도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켰지만 현 정부 들어 규제 완화는 사실상 물 건너 가는 분위기다.

이에 규제가 풀리면 실질적인 사업 주도자인 KT로부터 자본을 조달하려던 케이뱅크의 계획도 어그러진지 오래다. 산업자본인 KT는 현 규제에 막혀 증자 참여가 제한돼 있는 상황이다. KT의 케이뱅크 지분 8%(의결권 4%)만을 보유하고 있다. 현행 법규상 KT의 지분율이 10%를 넘어서면 안되는 만큼 기존 주주들의 증자 참여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케이뱅크의 수장 심성훈 행장의 어깨는 무거울 전망이다. 그는 내년 공격적인 영업을 예고했다. 조만간 주택담보대출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추가 실탄이 절실한 가운데 과연 자본 확충 숙제를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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