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G금융그룹 임원 인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대구은행장 겸임)이 자신의 친정체제를 공고히 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인사를 통해 오히려 입지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 내부 경쟁자 내치고 측근 전진 배치?

DGB금융그룹은 26일 그룹 임원 인사위원회 및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자회사 대표이사 4명을 유임하고, 총 18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로 내부가 뒤숭숭한 가운데 이뤄진 인사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박인규 회장은 대구은행장을 맡으면서 이른바 ‘상품권깡’ 수법으로 30억원 상당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중 일부를 사적유용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최근 대구지방검찰청은 박 회장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보강 수사를 하도록 지휘했다.

경영진 공백 위기를 넘긴 DGB금융은 이날 임원을 대거 교체했다. 주목할 부문은 박 회장을 제외한 등기임원의 대거 교체다. 이날 인사로 등기임원인 노성석 DGB금융지주 부사장과 임환오·성무용 대구은행 부행장 3명 등은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를 두고 은행 내부와 업계에선 뒷말이 무성하다. 이들 3명은 차기 지주 회장 자리를 두고 한 때 박 회장과 경합을 펼쳤던 인사다. 올 초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될 당시, 이들은 박 회장과 함께 최종 회장 후보 4인에 올랐던 바 있다. 이들이 한꺼번에 옷을 벗자 박 회장이 잠재적인 경쟁자를 미리 내친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퍼지고 있다.

이와 함께 보복 인사라는 관측도 나왔다. DGB금융 전체를 뒤흔든 비자금 수사는 내부 제보로 시작됐다는 설이 파다하다. 이에 박 회장과 경쟁 관계에 있는 내부 인사들이 숙청 대상이 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특히 최근 DGB금융이 내부 고발자를 색출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 의심이 짙어졌다. 최근 DGB금융은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임원 20여명에게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비자금 조성 의혹 내부 고발자를 찾으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 시민단체 “막장인사” 비판에도 친정체제 구축 착착 

물론 단순한 인적 쇄신 차원의 인사라는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석연치 않는 부분은 있다. 이번 승진자 명단에는 박 회장과 함께 비자금 조성 사건에 연루돼 불구속 입건된 인사 3명도 포함돼 있다. 박 회장의 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이들은 지주 부사장보와 은행 부행장보, 상무 등으로 각각 승진했다. 아직 재판에 넘겨지거나 징계 조치 등을 받지 않아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조직 쇄신의 의지를 감안하면 의구심이 제기된다.

이에 인사 발표 후에도 지역 내 여론은 싸늘한 분위기다. 박 회장의 사퇴를 촉구해 온 지역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성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막장인사”라며 “정작 물러나야 할 사람만이 남은 꼴이 아니냐. 승진된 임원 중에는 비자금 조성 혐의에 연루돼 입건된 인사도 있다고 하는데,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역 시민단체는 박 회장에 대한 ‘구속 수사’와 ‘사퇴 촉구’ 시위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다만 이번 인사로 박 회장 자신의 체제를 강화한 만큼 사퇴 압박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박 회장은 경찰 수사 초기 “사태가 수습되면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말을 한 뒤 수개월째 침묵을 유지해왔다. 경찰 수사가 혐의 입증에 실패, 흐지부지 마무리된다면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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