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부인은 공시 서류에 두 개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부인이 공시서류에서 두 개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정몽규 회장은 1990년 김성두 전 대한화재보험 사장의 딸인 김나영 씨와 결혼했다. 두 사람은 지인의 소개를 및 연애기간을 거쳐 백년가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에서 보기 드물게 정략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다.

김나영 씨는 현대산업개발 지분도 일부 보유 중이다. 가장 최근 분기보고서를 보면, 0.01%에 해당하는 4,450주를 보유하고 있다. 처음 지분을 취득하며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명단에 오른 2009년 이후 꾸준히 김나영이라는 이름으로 기재되고 있다.

주목을 끄는 것은 다른 공시 서류에서 그녀가 다른 이름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김나영 씨는 지난해 호텔아이파크 감사로 선임됐다. 호텔아이파크는 현대산업개발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인 계열사다. 그런데 이를 알리는 공시서류에서 그녀는 김나영이 아닌 김줄리앤이란 이름으로 기재돼있다.

심지어 계열사가 아닌 현대산업개발의 공시에서도 정몽규 회장의 부인은 두 개의 이름으로 등장한다.

삼양식품의 2대주주인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삼양식품 지분 변동 관련 공시를 한 바 있다. 정몽규 회장 부인이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4차례에 걸쳐 삼양식품 주식 1,209주를 사들였다는 내용의 공시였다. 그런데 여기에도 김나영이 아닌 김줄리앤이란 이름이 기재돼있다.

다른 것은 이름만이 아니다. 김나영으로 기재된 공시 서류엔 주소가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로 적혀있지만, 김줄리앤으로 기재된 공시 서류엔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으로 적혀있다. 직업 역시 김나영으로 기재된 서류엔 공란으로 남아있으나, 김줄리앤으로 기재된 서류엔 ‘호텔아이파크(주) 임원’이 적혀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김나영 씨는 미국 국적자다. 현재 한국 국적은 없다. 따라서 현대산업개발 지분 취득도 외국인투자 등록을 거친 뒤 할 수 있다. 즉, 김나영으로 기재하는 것은 잘못된 기재인 셈이다.

금융감독원 측은 “분기보고서나 사업보고서는 해당 시점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기재해야 한다. 만약 이름을 개명했다면 개명한 이름을 기재하는 것이 맞다”며 “다만, 처벌 등의 조치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정몽규 회장의 부인이 계열사 호텔아이파크의 감사로 선임된 것이나 삼양식품 지분을 매입한 것 모두 불법적 요소는 없다. 때문에 두 개의 이름이 기재되고 있는 이유에 더욱 물음표가 붙는다.

이와 관련 현대산업개발 측은 특별한 배경도, 문제도 없는 단순 오기라는 입장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초기 지분 취득 당시 기재했던 내용에서 달라진 것이 없어 수정 반영하지 않았던 것 뿐”이라며 “김줄리앤이 정상적인 이름이며, 모든 공식 서류에도 김줄리앤으로 기재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김줄리앤 씨가 미국 국적을 취득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한 시점 등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사안이라며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2009년 첫 기재 당시엔 한국 이름을 쓴 것으로 미뤄, 그 이후 한국 국적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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