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대통령후보가 지난6일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열린 전국수산인 한마음 전진대회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지난 6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간 단일화 합의가 이뤄진 후 정치권의 표정은 각양각색이다.

단일화를 먼저 제안한 문 후보 측은 ‘성큼성큼’ 안 후보 측에 다가서고 있고 안 후보 측은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문 후보 측에 대응하고 있다. 반면 야권의 단일화 움직임에 상대적 ‘외톨이’가 된 박 후보와 새누리 측은 잔뜩 뿔이 났다. 특히 단일화로 인해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충격은 더욱 커졌다.

빅3 대선 후보팀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문재인 ‘거침없이 단일화’

우선 단일화를 먼저 공식 제의한 문 후보 측은 양측의 합의에 이르자 전보다 적극적인 모습으로 안 측에 단일화의 기조와 방향 등을 제시하고 나섰다.

문 후보는 지난 8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전국지역위원장 회의에서 “잘 풀리면 빠른 시일 내에 새정치공동선언문 발표와 정책 발표로 공유하는 가치와 정책을 (안 후보와) 함께 제시하고 이어서 단일화 방식을 제시할 수 있다”며 “이런 일들이 적절한 관계 속에서 잘 이뤄져 나가려면 단일화 국면 내내 국민들의 관심을 우리 쪽에 묶어두면서 앞으로 누가 주인공이 되든 그 성과를 가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단일화로 인한 각 후보의 지지층 이탈을 저지하기 위해서 ‘새정치공동선언’ 후 즉시 단일화 방안을 논의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는 논리로 풀이된다.

문 후보 측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7일 ‘단일화 방식 3대 원칙’을 발표하고 단일화의 방식을 예고한 바 있다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단일화, △국민의 알권리 충족하는 단일화, △국민과 통합하는 단일화의 3대 원칙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중 ‘국민의 참여 보장’ 원칙은 안 후보 측과는 입장 차가 있다.

문 후보 측은 기존 민주당이 당대표 등을 통해 선보인 바 있는 ‘모바일 투표’ 등을 통해 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자는 입자인 반면 안 후보 측은 여론조사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국민참여에서 양 후보간 대립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단일화 논의에 대한 시간이 2~3개월 정도로 충분할 경우에는 긴 호흡으로 단계별 계획을 작성하는 등 로드맵을 만들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국면이 아니다”며 신속한 움직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후보자 등록 준비 등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최소한 등록일 이틀 전에는 단일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번에는 새정치선언문 및 정책 발표 이후에야 단일화를 논의할 수 있어 시간이 매우 부족다”며 “정책 발표가 마무리되는 이번 주말이 지난 후에는 단일화 협상에 돌입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렇듯 문 후보 측이 보다 적극적인 공세로 안 후보 측에 단일화 시기나 방식 등을 주장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안 후보 측은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지난 6일 저녁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안철수 ‘한걸음씩 단일화’

안 후보측에서는 우선 오는 11일로 예정된 정책발표에 맞춰 막바지 정책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단일화 문제에 있어서는 일단 두 후보가 합의한 ‘새정치공동선언문’을 만드는 것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 측의 이같은 전략이 단일화의 주도권을 잡고 단일화를 넘어 본선 무대에 오른다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안 후보 측은 다수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고 국정 운영에 대한 신뢰를 심어준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계적 단일화 준비에 나선 안 후보 측은 단일화 시기에 대해서도 문 측과는 달리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 후보 측 정연순 대변인은 이날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후보등록 마감일이 26일이니까 논리적으로 26일(이 마감시한)”이라고 말했다.

이는 문 후보 측이 후보등록(25~26일) 이전인 24일로 마감 시한을 생각하는 것과는 꽤 차이가 있는 해석이다.

단일화 방식에 대해서도 여전히 고민이 깊다.

안 후보 측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경선보다는 여론조사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민주당은 올해에만 이미 4차례의 선거인단 모집을 통해 기존의 조직력을 확보했고 안 측이 이를 따라잡기 어려워 ‘공정성’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양 측은 이렇듯 ‘단일화’에 가기까지 험난한 여정이 여러 차례 남아있지만, 그럼에도 불구 이번 단일화 합의로 지지율 상승세를 기록해 ‘단일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반면 야권의 단일화로 상대적 ‘외톨이’가 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그야말로 ‘울상’이다.

박근혜 ‘단일화에 흔들’

야권의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된 지 3일째, 박 후보의 지지율이 다자대결은 물론, 각 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 구도에서도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JTBC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에 의뢰, 지난 7~8일 실시한 대선 일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후보는 다자구도에서 39.4%의 지지율을 얻어 직전 조사(6~7일) 때의 42.2%에 비해 2.8%포인트 하락했다.

이와 달리 안 후보는 28.2%로 0.2%포인트 상승, 문 후보도 1.1%포인트 올라 25.4%를 기록했다.

박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대결에선 안 후보가 직전 조사 대비 0.6%포인트 오른 50.6%를 기록한 반면, 박 후보는 2.2%포인트 하락한 40.0%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양자대결도 주목할 만 하다.

문 후보는 47.9%로 직전 조사 대비 3.7%포인트 크게 상승했지만 박 후보는 2.8%포인트 하락한 43.0%에 그치면서 두 후보 간 지지율 순위가 역전됐다.

이번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80%) 및 휴대전화(20%) 임의번호걸기(RDD)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다.

실제 박 후보 측 분위기는 냉각상태에 가깝다.

야권이 ‘단일화’로 분위기를 몰아가자 박 후보 측은 ‘첫 여성대통령’이라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민심 공략에 나섰다. 또 9일 부산・경남 행을 다시 찾아 흔들리는 표심잡기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불안감이 ‘부산행’으로 표출된 것이 아니겠냐며 위기감을 지적했다.

새누리당 인사들의 단일화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6일 단일화 전부터 이어진 맹비난은 3일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야권의 단일화에 대해 “밥그릇 싸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두 후보의 단일화는 정책의 본질인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챙기는 것과는 상관없는 얘기”라면서 “두 후보가 입장과 노선이 다른데 단일화한다면 국민을 속이는 것이자 아주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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