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주식시장은 ‘안희정 후폭풍’이 거세게 분 하루였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차기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이었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추문이 큰 파문을 낳고 있다. 엄청난 후폭풍은 주식시장에서도 고스란히 확인됐다. 선거를 앞두고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 각종 정치인 테마주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다.

◇ ‘안희정 테마주’란 이유로 폭락… “관계 없다” 해명까지

방적기업 SG충방의 주가는 6일 주식시장 개장과 함께 하한가로 출발했다. 2월 중순 이후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던 주가가 순식간에 곤두박질친 것이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SG&G와 SG세계물산도 개장 초기 급락세를 나타냈다. 이후 SG세계물산은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이며 전일대비 -2.04%에 장을 마쳤지만, SG&G와 SG충방은 각각 전일대비 -13.98%, -28.62% 떨어진 주가로 마감했다. SG충방은 이날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하고 말았다.

SG충방을 필두로 한 SG그룹은 이의범 회장이 386운동권 출신이고, 안희정 전 지사와 친분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안희정 테마주’로 분류됐다. 지난해 2월엔 이와 관련해 공식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안희정 전 지사의 지지율에 따라 SG충방 주가도 롤러코스터를 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G충방은 “안희정 충남지사와 당사 대표가 친분이 있다는 풍문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안희정 테마주라는 분류를 벗어나진 못했다.

지난해 2~3월, SG충방과 비슷한 주가흐름을 보였던 백금T&A는 아예 이날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를 통해 “주요 언론매체에 게시된 ‘안희정 테마주’ 등의 기사와 관련해, 당사의 대표이사와 고려대 동문이라는 점 이외에 구체적인 일면식은 없을 뿐더러 당사의 현재 사업적 관련성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백금T&A 주가 역시 이날 하한가로 시작했으며 전일대비 26.72% 하락한 상태로 장을 마감했다.

마찬가지로 하한가로 시작해 크게 반등하지 못한 채 전일대비 20.04% 하락으로 장을 마감한 동물사료 제조기업 대주산업도 백금T&A와 같은 대응에 나섰다. 공시를 통해 “당사는 안희정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내용을 밝혔다. 대주산업은 안희정 전 지사의 지역기반인 충남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로 ‘안희정 테마주’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백금T&A와 대주산업은 안희정 전 지사와 무관하다는 입장과 함께 “주가와 거래량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주가 폭락은 오로지 ‘안희정 테마주’란 이유 뿐이었던 셈이다.

이밖에도 이원컴포텍(-23.53%), 청보산업(-7.00%), 프럼파스트(-2.30%), SCI평가정보(-8.15%), 유라테크(-2.75%) 등 ‘안희정 테마주’로 분류돼온 기업들의 주가가 추락하거나 요동쳤다.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 기업들도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테마주로 분류되는 안랩의 주가는 이날 오전 전일대비 9.20%까지 크게 상승했다. 역시 ‘안철수 테마주’로 꼽히는 써니전자 역시 이날 오전 9.11%의 급등세를 보였다.

에이텍, 동신건설, 오리엔트정공, 토탈소프트, 티엘아이 등의 주가도 최근의 흐름과 달리 이날 급등세로 출발했다. 모두 이재명 성남시장의 테마주로 분류되는 기업들이다.

이처럼 이날 주식시장은 ‘안희정 후폭풍’이 태풍의 눈처럼 모든 걸 삼킨 하루였다. 최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꿈틀거리기 시작했던 정치 테마주에 큰 폭탄이 터진 셈이다. 무엇보다 정치 테마주의 위험성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물론 일부 정치 테마주 중엔 나름의 이유가 뚜렷한 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특정 지역이라는 이유 등 전혀 무관한 연결고리를 끌어오거나, ‘카더라’식의 정보가 굳어진 경우도 상당하다. 한 투자전문가는 “정치와 경제는 서로 뗄 수 없는 분야고,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성공이 산업 및 경제의 방향을 바꾸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인 테마주에 몰두해 단기 투자이익을 노리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특히 요즘 같은 선거철엔 부정확한 정보가 더 많이 돌아다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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