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여당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왜 그러세요? 왜 그러세요? 왜 그러세요? 왜 그러세요? 왜 그러세요?”

13일 열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전체회의장. 국회 불출석이라는 관행을 깨고 사개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날 국회의 ‘핫이슈’ 중 하나였다. 여당 출입기자로서 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검찰총장의 입장을 직접 들을 기회였다. 하지만 사개특위는 ‘예상대로’ 시작부터 의원들의 말싸움으로 얼룩졌고 민주당을 향해 “왜 그러시냐”며 이죽대는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워딩’을 노트북으로 받아치다 짜증이 솟구쳤다. 발언권을 얻지 않아 마이크도 없었던 장 의원의 목소리는 회의장에 쩌렁쩌렁 울렸다.

장 의원은 “안미현 검사의 폭로 한 번으로, 대통령 말 하나로 다시 (강원랜드) 수사를 하고 있다. 세상에 무슨 이런 놈의 수사가 다 있느냐”며 “우리 당에도 제보가 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과 안미현 검사 둘이 커넥션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역공에 나섰다.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에는 “왜 그러세요?(X5)” “제가 지금 발언하고 있습니다”라며 듣지도 않고 자신의 발언만 계속 했다. 흥분한 의원들의 목소리가 엉켜 워딩을 받아치는 일은 일찌감치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장 의원은 사개특위의 한국당 간사를 맡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의혹에 연루된 한국당 염동열 의원의 사개특위 위원직 사퇴를 요구하자 이를 ‘방어’하기 위해 총대를 멘 셈이다. 장 의원은 보다 못한 위원장의 제지에도 “다른 의원 마이크 주세요. 전 제 말을 하겠습니다”라며 쉬지 않고 민주당을 공격했다. 민주당을 출입하는 기자들은 처음 보는 장 의원의 ‘공격력’에 놀라움 섞인 헛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김일성 북한 주석의 사진과 북한 응원단의 가면 사진을 들이밀며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사개특위에 장 의원이 있다면, 국회 내 또 다른 특위인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엔 김진태 의원이 여당 공격수로 자리 잡고 있다. 김 의원은 헌법의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바꾸자는 자문위원회의 제안에 대해 “국민을 사람으로 바꾸자고 하는 것, 물론 ‘사람’이라는 말을 나쁘다고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런 식으로 (북한 사상이) 잠식해오는 것”이라며 “‘사람’은 북한이 자주 쓰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고치면 회심의 미소를 지을 사람은 김정은”이라고도 했다.

소속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김 의원은 맹활약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북한 응원단이 사용해 ‘김일성 가면’ 논란이 일었던 ‘미남가면’을 조명균 통일부 장관 앞에서 찢은 일은 유명하다. 응원단 가면과 북한 김일성 주석의 사진을 찢으며 “전혀 김일성과 상관없는 것이냐. 이렇게 막 찢어버려도, 짓밟아도 되냐”고 거듭 묻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여당을 상대로 맹공을 펼치는 김 의원과 장 의원은 여당 입장에서 볼 땐 ‘밉상’(미운 얼굴이나 행동. 또는 미운 짓을 하거나 밉게 생긴 사람)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당 입장에선 든든한 아군이자 공격수다. 김 의원이 반대했던 ‘국민→사람’ 방안은 각 헌법 조항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쪽으로 정리됐고, ‘촛불혁명’은 헌법 전문에서 제외된다. 장 의원이 비호했던 염동열 의원 역시 사개특위 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오래된 정치권의 ‘속설’이 들어맞는 씁쓸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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