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대한민국은 지금 ‘힐링’ 열풍이다. 지친 일상에 ‘쉼표’를 선물하는 ‘힐링’ 프로그램이 예능가를 장악했고 이러한 인기는 스크린으로까지 이어졌다. ‘윤식당2’와  ‘효리네 민박2’ 그리고 영화 ‘리틀 포레스트’까지. ‘빅 웃음’도, ‘막장’도 없이 그저 잔잔하기만 한 이들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 힐링 예능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윤식당2’ < tvN ‘윤식당2’ 포스터>

◇ 판타지 실현 ‘윤식당2’

웃음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에 ‘힐링’이라는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녹여낸 사람은 나영석 PD다. KBS 2TV ‘1박2일’의 최고 전성기를 이끈 뒤 CJ E&M으로 이적한 나영석 PD는 ‘삼시세끼’ 시리즈, ‘꽃보다’ 시리즈, ‘신서유기’, ‘신혼일기’ 등 다수의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나영석 PD의 프로그램 속 주요 소재는 여행과 음식이다. 평범하기만 한 이 소재로 나 PD는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들을 론칭하며 줄줄이 성공을 거둔다.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은 ‘윤식당’이다.

지난해 3월 첫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윤식당’은 시즌 1 인기에 힘입어 지난 1월 시즌 2로 돌아왔다. ‘윤식당2’는 배우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이 스페인 테네리페 섬 가라치코 마을에서 작은 한식당을 열고 운영하는 이야기.

‘한식당 운영’이라는 도전 과제가 주어졌지만 출연진은 장사가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거나 앉을 새도 없이 바쁘고 힘들게 지내지 않는다. 작은 마을에서 소소하게 식당을 운영하며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고 소통한다. 아늑한 분위기의 거리를 거닐고 바닷가 산책도 나선다. 장사를 마친 후 근처 레스토랑을 찾아 맛있는 식사를 하며 여유를 즐긴다.

시청자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실천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경험하고 카메라에 담긴 탁 트인 하늘과 푸른 바다, 아기자기한 마을의 모습을 보며 행복감을 느낀다.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봤을 판타지 실현. ‘윤식당2’의 성공 비결이다.

이효리표 위로로 호평을 받고 있는 ‘효리네 민박2’ < JTBC ‘효리네 민박2’ 포스터>

◇ ‘진짜’ 위로 전하는 ‘효리네 민박2’

또 하나의 ‘힐링 예능’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은 ‘효리네 민박’이다. 종합편성채널 JTBC ‘효리네 민박’은 가수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제주도에서 직접 민박집을 운영하는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도 ‘윤식당’과 마찬가지로 시즌 1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시즌 2가 제작돼 방송 중이다. 시즌 2에서는 겨울의 제주도가 담겼고 소녀시대 윤아가 새롭게 합류했다.

시즌 1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은 보기만 해도 절로 치유가 되는 기분을 선사하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들의 재롱은 프로그램에 재미를 더한다. 새롭게 합류한 윤아는 민박집 직원으로서뿐만 아니라 손님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효리네 민박2’ 주인 이효리가 전하는 위로도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각자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여행객들과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고 진심을 다해 공감한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넨다. 특유의 유머도 잊지 않는다. 톱스타 이효리가 아닌 인간 이효리가 전하는 ‘진짜’ 위로는 민박집을 찾은 손님들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마음도 따뜻하게 감싼다.

‘리틀 포레스트’가 힐링 영화로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을 이어오고 있다. <메가박스㈜플러스엠>

◇ 마음의 허기 채우는 ‘리틀 포레스트’

‘힐링’ 바람은 스크린으로도 이어졌다. ‘본격 힐링 영화’로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그 주인공. 대작과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 영화들이 넘쳐나는 한국 영화 시장에서 15억 원이라는 저예산으로 제작된 평범하고 잔잔한 이 영화는 개봉 11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리틀 포레스트’는 특별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시험, 연애, 취직 등 매일 반복되는 생활에 지친 주인공 혜원(김태리 분)이 고향집에 돌아와 사계절을 보내면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가 담겼다.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은 밥을 해 먹고 오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등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살아간다.

관객들은 이러한 평범함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의 가치를 깨닫는다. 또 스크린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사계절 풍광은 미세먼지 하나 없이 산뜻한 공기를 마시고 있는 듯한 상쾌한 기분을 선사하며 또 하나의 힐링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제때 끼니도 해결하지 못할 만큼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 시대에서 혜원이 자신만을 위해 정성껏 요리하는 모습은 스스로를 향한 위로를 건넨다. 혜원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공감을 얻고 허기진 마음을 채운다.

“현대 사회를 사는 분들이 그만큼 바쁘게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하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즐긴다는 것이 현실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에 TV에서라도 대리만족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비록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판타지를 실현할 수 있어서 좋아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나영석 PD는 ‘윤식당2’ 인기 비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나 PD의 말처럼 대중들은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통해 이루지 못하는 꿈과 판타지를 충족하고 그로 인해 ‘힐링’을 얻는다. 뿐만 아니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삶에 대한 태도도 ‘힐링’ 열풍에 힘을 더하고 있다. 지친 일상에서 ‘쉼표’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개인의 행복 추구와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힐링’ 열풍은 당분간 계속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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