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FTA 개정 협상에 대해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FTA 개정 협상을 빠르게 마무리함으로써 대외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은 매우 큰 성과”라고도 했다. 한미 FTA 협상과 북미정상회담과 연계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반박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정착 및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갈등 요인을 정리했다는 점에서도 아주 잘한 일”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이번 FTA 개정 협상이 한‧미 간의 교역에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필요한 대책들을 강구해 주기 바란다”며 “업계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노력도 함께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보호무역주의 추세와 미중 무역 갈등은 세계 6위 수출국이며 대외경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 나간다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입증된 우리의 FTA 협상 경험과 능력을 토대로 보다 높은 수준의 세계경제 개방을 지향하면서 각종 무역 협상에 능동적이고 당당하게 대처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살펴보면, 한미 FTA 개정협상은 절차에 따라 양국이 협의를 끝낸 사안이며 남은 것은 개정협상에 따른 영향 분석과 대책이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해 뒷말이 나오는 것을 차단하고,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몽니’를 부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한‧미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갈등 요인을 정리했다”고 말한 대목에서 보다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협상과 관련, 협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뉘앙스로 말해 우리 측을 당혹케 만들었다. 지난 달 29일(현지시각) 오하이오주 대중연설에서 “(한미FTA 개정 합의를) 북한과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미룰 수도 있다”며 한미FTA와 북미협상을 연계한 바 있다. 나아가 “미군이 휴전선을 지키고 있지만 그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방위비 증액 요구를 암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트럼프의 한미FTA ‘몽니’로 확인된 팩트 두 가지>

정부 당국은 “진의를 파악 중”이라고 했을 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우리 입장을 내놓지 못했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마찰이 빚어질 경우, 악영향이 있을까 우려해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잘 모르겠다”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다. 이처럼 당국자들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FTA 개정협상의 종료를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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