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오늘(3일)로 출범 1년을 맞았다. 케이뱅크 본사 사옥에 출범 1주년을 맞아 포스터가 나열돼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국내 첫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오늘(3일)로 첫돌을 맞았다. 케이뱅크는 이용 편의성과 파격적인 금리 혜택을 앞세워며 지난해 4월 은행권에 파란을 일으키며 등장했다. 다만 지난 1년간 성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당초 기대치를 웃도는 여수신 목표를 달성했지만 자본 확충에 있어서는 한계점을 드러내서다.

◇ 여ㆍ수신액 1조원 돌파… 수익성 개선 '숙제' 

“지난 1년간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고 생각한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케이뱅크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1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이 지난 1년간을 되돌아보며 이렇게 자평했다. 그는 국내 인터넷은행 1호 주자로서 빠르게 시장에 안착한 점에 자부심을 표출하며 경영성과를 발표했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출범 1년만에 여·수신액이 각각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3월말 기준 고객 수 71만명, 수신 1조2,900억원, 여신 1조30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출범 초기 발표한 여수신 목표액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핵심 수익성 지표와 건전성 지표 역시 준수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케이뱅크의 순이자마진(NIM)이 1.93%를 보였다. 같은 기간 대출연체율은 0.08%였다.

중금리 대출 확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심 행장은 “자체 등급 기준으로 전체 여신 가운데 4등급 이하 고객이 건수로 60%, 금액으로는 40%를 차지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중신용자 대출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취지에 달리,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고신용자 위주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설명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과제도 드러났다. 우선은 ‘수익성 개선’ 이다. 순이익마진 지표가 좋게 나왔다고 하지만 지난해 케이뱅크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당기순손실만 837억원에 달한다.

물론 손실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출범 초기인 탓에 IT투자비용이 대거 투입된데다 인건비, 수수료 등 각종 비용 지출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일단 케이뱅크는 내년까지는 적자 경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날 심 행장은 “IT투자에 대한 감가상각비가 큰 상태”라며 “2020년은 돼야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 은산 분리 규제 완화 '안갯속'… 2차 증자 '난항'

또 다른 큰 문제는 ‘자본수혈’이다. 심 행장은 이날 증자와 관련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자본 확충’이 절실한 상황임에도 수개월째 증자 추진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이 3일 '출범 1주년 설명회'에서 경영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케이뱅크 제공>

현재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3,500억원 수준이다. 당초 심 행장은 지난해 말까지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추가로 쌓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계획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올해 1분기까지 증자를 완료하겠다는 계획도 불발됐다. 그리고 또 계획은 다음달로 밀렸다.

이날 심 행장은 “다음달까지 최소 1,500억원 이상의 증자가 실시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주주사가 스무곳이나 되다보니 협의에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차 증자도 난항 끝에 이뤄진 바 있다. 당시 일부 주주가 불참해 실권주까지 발생했고, 케이뱅크는 겨우 새로운 주주를 찾아낸 끝에 증자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주주들의 이탈은 이어질 전망이다. 심 행장은 “주주사의 자금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어렵다”면서 “기존 주주사 중 누가 이탈하고 새로 어떤 주주가 참여할 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케이뱅크가 자본 확충 부담을 벗어나려면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 KT는 현 규제에 막혀 증자 참여가 제한돼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현 정부 들어 규제 완화는 사실상 물 건너 가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최근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면서 이같은 관측은 더 힘이 실렸다. 김 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절, 인터넷은행에 은산분리 예외를 허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대해 심 행장은 “김기식 원장께서 야당 의원 시절과는 다르게 정부기관장으로서 새로운 시각으로 보시겠다고 말씀하신 뉴스를 봤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줬을 좋겠다”며 규제 완화에 대한 소망을 전했다. 또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새로운 주주를 모시거나 다른 방안을 통해 지속해서 사업을 영위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일단 현재로서 최대 숙제는 2차 증자다. 우선 자본이 수혈되야 공격적인 영업도 가능하다. 인터넷전문은행 후발 주자인 카카오뱅크는 최근 유상증자를 손쉽게 성공하며 영업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그 사이 케이뱅크는 가입자수와 여수신액 규모에서 카카오뱅크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케이뱅크는 증자 완료 후 공격적인 마게팅과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올해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과 앱투앱 결제·법인수신서비스를 개시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또 해외송금서비스를 이달 중에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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