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종합병원 '이리온' 등을 운영하는 대한제분의 자회사 '디비에스'가 만성적 적자와 악화된 재무건전성에 허덕이고 있다. <이리온>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지난해 밀가루 소비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종속기업들에 힘입어 실적 개선을 실현한 대한제분. 그런 대한제분이 남모를 고민에 빠졌다. 투자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대부분의 자회사들과는 달리 유독 성장이 더딘 ‘디비에스’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애완동물 사업에 진출해 화제를 모은 이 회사는 7년이 지난 지금까지 흑자 달성에 실패하고 있는 상황. 무엇보다 해마다 수십억원의 손실이 누적되면서 자본 대부분이 잠식된 위태로운 길을 걷고 있다.

◇ ‘6조’ 바라보는 반려동물 시장… 대한제분의 선견지명?

반려동물 시장이 급성장 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펫팸족’이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오는 2020년 반려동물 연관산업 규모는 6조원대로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한제분은 이런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성을 알아본 대표적인 기업이다. 지난 2010년 말, 주력 사업과는 다소 동떨어진 반려동물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대한제분이 100% 출자해 디비에스라는 새 법인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단순히 애완동물 사료나 용품만을 취급하지 않는다. 애완동물 숙박과 교육, 트레이닝업 등 반려동물 시장 전반을 아우른다. 2011년 서울 청담동에 국내 최초로 설립한 종합형 동물병원 ‘이리온’은 어느새 전국 14개 매장을 보유하게 됐다.

반려동물 시장 상황과 디비에스의 외형적 성장에 비춰봤을 때, 대한제분의 ‘베팅’은 꽤나 성공적인 투자로 이어지는 듯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회사의 실제 수익과 재무상황 등을 살펴보면 이 같은 평가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233억원. 디비에스의 지난 7년간 누적 당기순손실액이다. 사실상 사업 첫 해라고 볼 수 있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단 한 차례도 흑자를 경험하지 못했다. 해마다 33억원의 적자를 떠안은 셈이다. 희망적인 부분이라면 2016년부터 손실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는 정도다. 그 해 15억원의 순손실은 지난해 9억원까지 축소됐다.

◇ 대규모 자본확충에도 건전성 회복은 까마득

영업이익도 적자 행진이다. 아직 공개가 되지 않은 지난해를 제외한 누적 영업적자는 174억원. 평균적으로 연간 29억원의 적자를 떠안은 것으로 당기순손실 규모와 엇비슷하다. 초기 납입 자본금이 15억원에 불과한 회사치고는 손실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건 디비에스가 심각한 자본잠식에 빠졌다는 거다. 가장 최근 확인이 가능한 2016년에서야 완전자본잠식에서 겨우 탈출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자본이 완전 잠식되다 2016년에서야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95%의 높은 자본잠식률을 보이고 있는 상태라 언제든 다시 자본 전체가 침식될 위기에 놓여있다.

특히 해마다 이뤄진 유상증자와 두 번의 전환권행사를 통해 총 220억원 가량의 자본확충을 했음에도 건전성이 회복되지 않다는 건 디비에스의 가장 뼈아픈 구석이다.

이와 관련 본지는 디비에스의 지난해 구체적인 실적 수치와 향후 개선책 등을 묻고자 했으나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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