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이 영화 ‘버닝’으로 돌아왔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유아인이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시카고 타자기’ 이후 1년만. 그동안 유아인은 작품 외적인 면에서 화제의 중심에 서며 곤욕을 치러야 했다.

먼저 유아인은 군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2013년 영화 ‘깡철이’ 촬영 도중 부상을 당한 후 2017년까지 총 다섯 차례의 재검을 받은 끝에 골육종으로 군 면제를 받았다. 건강상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군 면제를 받은 유아인이지만 그를 향한 실망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동안 군 입대에 대한 의지를 표했던 유아인이었고 평소 정치, 사회 이슈에 관해 솔직하고 당당한 소신을 밝혀왔던 그였기에 ‘결국 면제’라는 결과에 실망감을 드러낸 것.

뿐만 아니라 유아인은 SNS로 일부 네티즌과 설전을 벌이며 이슈메이커에 등극하기도 했다. 한 네티즌의 그를 ‘냉장고 속 애호박’에 빗대어 표현하자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이라고 받아쳤다. 설전 과정에서 여혐 논란이 불거졌고 유아인이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밝히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러한 가운데 유아인이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서 섰다. 지난해 촬영을 마친 영화 ‘버닝’ 제작 보고회를 통해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 자신의 둘러싼 논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그는 매 질문에 진지하고 신중하게 답하며 작품에 관한 애정을 드러냈다.

24일 오전 진행된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 언론 배급시사회에서 웅장한 음악과 함께 등장한 유아인은 “BGM이 너무 웅장해서”라고 말문을 연 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유아인과 스티븐 연, 전종서 그리고 이창동 감독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영화 ‘버닝’. (왼쪽부터) 스티븐 연, 전종서, 유아인, 이창동 감독 <뉴시스>

‘버닝’은 2010년 ‘시’ 이후 8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하는 이창동 감독의 신작이다. 유아인은 작품 선택 이유를 묻자 “제 주제에 뭘 선택하냐”라며 “불러주시면 가야죠”라고 웃었다.

이어 그는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부터 감독님과의 작업 자체에 의지를 갖고 ‘함께 하고 싶다’고 표현을 했었다”며 “시나리오가 나왔을 때 더, 작업하면서 더, 더 ‘내가 이래서 같이 하고 싶었구나’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밝혔다.

유아인은 “감독님과의 작업을 굉장히 즐겁게 했다”며 “(이창동) 이름 안에 너무 많은 것들이 있다.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감독님 작품들을 봐왔었는데 그게 가장 큰 것 같다”고 이창동 감독을 향한 믿음을 나타냈다.
 
‘버닝’에서 유아인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20대 청년 종수 역을 맡았다. 오랜만에 재회한 어릴 적 친구 해미(전종서 분)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는 인물. 하지만 해미를 통해 알게 된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만나면서 일상이 무너져 내려간다.

영화 ‘버닝’으로 데뷔 후 첫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게 된 유아인. <해당 영화 포스터, CGV아트하우스 제공>

유아인은 종수 캐릭터에 대해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며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청춘인 거 같긴 한데 알 수 없는 인간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반 ‘버닝’과 감독님, 그리고 종수라는 캐릭터의 환경 속에 스며드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역할에 몰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유아인은 ‘베테랑’, ‘사도’, ‘완득이’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남다른 존재감을 심어주는 배우다. 맡은 캐릭터마다 다양한 얼굴과 풍부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며 최고의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버닝’에서도 유아인은 순수한 모습 이면에 예민함을 지닌 인물의 면모를 완벽하게 표현할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이창동 감독은 유아인에 대해 “굉장히 어려운 연기였을 것”이라며 “유아인은 지금까지 강렬한 캐릭터, 강렬한 행동, 강렬한 감정을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강렬함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내면에 엄청난 것을 가지고 있는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무력해 보이고 감정이 억제돼 보이는 청년이다”라며 “아주 예민하고 섬세한 감정이 드러나야 하는데 그게 사실은 가장 힘들다. 드러내지 않고 내면을 드러낸다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유아인의 그런 모습을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유아인은 데뷔 후 처음으로 ‘버닝’으로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다. ‘버닝’이 오는 5월 8일 개막하는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 이창동 감독은 2007년 ‘밀양’과 2010 ‘시’로 같은 부문에 진출한 바 있다. 또 배우 전도연이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만큼 ‘버닝’의 유아인의 수상 여부에도 기대가 쏠리고 있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유아인이 일부 대중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군 면제와 SNS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그가 ‘버닝’으로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SNS가 아닌 스크린을 통해 만나게 될 ‘배우’ 유아인에 대한 기대가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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