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알피 에반스의 모습. 알피는 영국 병원과 법원의 연명치료 중단 결정에 따라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한 뒤 5일 만에 숨졌다. <AP/뉴시스>

[시사위크=김민성 기자] 23개월 된 영국 아기였다. 살아온 시간의 절반 이상을 중환자실에서 보냈다. 희귀 불치병인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생명유지장치(인공호흡기)를 의지한 채 치료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반 혼수상태였다. 병원 측에선 “슬프게도 치료에 반응이 없고, 상태는 급속하게 악화됐다”며 연명치료 중단을 권고했다. 결국 아기는 현지시간으로 28일 숨졌다. 하늘나라로 떠난 아기의 이름은 알피 에반스다.

뉴시스에서 인용 보도한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알피의 부모 톰 에반스와 케이트 제임스는 병원 측의 권고를 끝까지 뿌리쳤다. 연명치료를 계속해 아이의 생명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입장인 것. 이에 따라 법원에 호소했지만 영국 대법원에 이어 유럽인권재판소(ECHR)에서도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뿐만 아니다. 생명유지장치 제거 허용과 함께 알피의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해외 치료마저 받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앞서 알피의 부모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교황은 “생명결정권은 신에게 있다”며 부모가 주장하는 연명치료 지속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도 알피가 로마에 위치한 교황청 산하 아동전문병원 제수 밤비노 병원에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시민권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영국 법원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알피에 대한 사법 관할권이 영국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알피는 생명유지장치 없이 5일 동안 자가호흡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은 이날 알피의 사망 소식을 들은 뒤 트위터를 통해 “너무 가슴이 아프다. 하느님이 따뜻한 품으로 알피를 안아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영국은 아기 환자의 생명결정권과 관련 지난해에도 10개월 된 아기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알피의 사망으로 연명치료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