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제조업체 탠디 제화공들이 지난 6일 파업에 돌입, 공임료 현실화와 직접 고용 등을 촉구하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우리는 구두 만드는 노예가 아니다.”

구두 제조업체 ‘탠디’가 ‘하도급 꼼수’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켤레 당 수십만원의 수제화를 팔면서 실제 구두를 만드는 제화공에게는 6,500원 가량을 지급하고 있는 것. 제화공들은 탠디 구두만 만들고 있지만,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4대보험은 물론 퇴직금도, 연차 휴가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8년 동안 공임이 동결됐지만 개인사업자 신분이기에 항의 한 번 해보지 못했다.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은 탠디 제화공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사측에 퇴직금 지급을 판결했다. 꼼수는 멈추지 않았다. 퇴직금의 85%를 일시불로 지급할테니 하청업체로 가라는 설득이 시작됐다. 그러나 다시 하청업체로 간 제화공들은 공임이 500원이나 깎였다. 회사는 깎은 500원을 퇴직금으로 적립해주겠다고 말했다. 판결에도 불구하고 제화공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탠디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신분이고, 여전히 하루 15~16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평생 구두만 만들었던 이들이 촛불을 든 이유다.

지난 26일부터 서울 관약구 봉청동 탠디 본사 복도를 점거한 중년의 제화공들이 끼니로 자장면을 먹고 있다. <시사위크>

◇ 수십년 경력의 기술자들, 임금은 제자리

국내 유명 수제화 브랜드 탠디 제화공 90여명이 지난 6일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8년간 동결됐던 공임을 2,000원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실제 2,000원이 인상되도 1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수십년 경력의 기술자들이 켤레 당 6,500~7,000원을 받고 만든 수제화는 고객들에게 수십만원 대에 판매된다.

IMF 이후 국내 제화업체 노동자들은 대부분 특수고용자로 전환됐다. 본사가 하청업체에 돈을 지급하면 하청업체에서 수수료를 뗀 임금을 받는다. 이마저도 탠디 제화공들에게는 부러운 이야기다. 최소한 하청업체 노동자라도 되면 4대보험에 퇴직금이라도 받는다. 그러나 탠디 제화공들은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는다. 노동자로써 보장도 못 받으면서 사업주로서 세금 부담만 늘었다.

탠디 제화공들이 ‘더 이상은 못 참겠다’며 들고 일어났다. 지난 6일부터 파업에 돌입, 26일에는 본사 복도를 점거했다. 대화 요구에도 사측이 무시로 일관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40~60대까지 중년의 제화공들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며 촛불도 들었다. 좁디좁은 복도에 제화공들은 마주보고 앉아 자장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5일째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측은 여전히 요지부동인 가운데 30일부터는 용역업체 직원들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32년 경력의 제화공 박완규 씨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탠디가 우리와의 대화 거부는 물론 언론사에는 사실도 아닌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기사도 꽤 나오고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언론 대응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사장과의 대화다. 생계까지 팽개치고 이러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냐”라며 “공임 현실화와 개인사업자 해제 등이 가장 큰 요구 사항”이라고 밝혔다.

◇ ‘갑질’ 논란으로 확대된 탠디 사태

탠디 제화공들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여론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단순히 하청 구조의 문제가 아닌 제화공들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탠디가 제화공들을 저가의 공임료로 착취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불량품이 나올 시 구두 판매가 전액을 제화공들이 부담하는 것에도 ‘갑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화공들은 또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면 저가 제품의 구두를 할당받거나 하루 할당 구두가 급격히 줄어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완규 씨는 “회사에서는 4~5번 불량품 문제가 발생한 제화공들에게만 비용을 부담시켰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거짓”이라며 “딱 한번 불량품이 나왔는데 32만원 전액 부담했다. 본사 역시 완제품 검사를 하고 있는데 왜 제화공들만 책임을 져야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탠디 본사 사무실 복도를 점거한 제화공들이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자'는 피켓을 들고 사측과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시사위크>

일부 소비자들은 불매운동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실제로 네티즌들은 “수제 구두라고 비싸게 팔면서 정작 구두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왜 그렇게밖에 안주나요”, “탠디는 AS도 무료인데 저런 임금체계 때문에 가능하구나.. 임금 올리고 AS 비용도 받아라”, “최소한 오너가 가져가는 10%만 직원들에게 내놔도 노동쟁의 안 일어난다. 경영자들이 자기들이 회사를 만들고 키웠다고 하는데, 어디 혼자서 북치고 장구쳐봐라 되는지”라며 비난했다.

한편 탠디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언론에서 사측의 입장을 정확히 반영해주지 않아 어떠한 입장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현재로서는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8년간 공임료가 6,500원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공임료는 개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그렇지 않는 분도 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탠디 측은 퇴직금을 일시불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제화공들을 하청업체와 계약하게 하고 이후 일방적으로 공임료를 삭감했다는 주장과, 불량품에 대해 제화공들이 전액 책임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확인을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탠디 측은 다시 연락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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