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천명한 바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5월 9일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다음날 바로 취임식을 가졌다. 이튿날인 5월 11일엔 첫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천명했다. 후보 시절 기치로 내걸었던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이자, 노동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1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우리나라엔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통령의 첫 일정이었던 노동 분야 역시 이러한 변화를 대표한다. 그렇다면 지난 1년간 우리 사회에서는 얼마나 더 노동이 존중받게 됐을까. 또 남은 4년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이를 진단해본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계획. 이에 따라 현재까지 10만 명 이상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뉴시스>

◇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10만 명 넘어… 전환 대상 제외는 ‘논란’

문재인 정부는 앞서 언급했듯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그 결과 ‘비정규직 백화점’이라 불리던 인천국제공항에서 ‘1만 명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는 등 가시적이고 상징적인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1년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고,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우선, 비정규직 문제에서의 성과는 크게 두 가지를 짚어볼 수 있다. 사회적 인식이 개선됐다는 점과 실제 상당한 규모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인천국제공항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취임 후 첫 일정이란 측면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특히 그 자리에서 인천국제공항의 ‘연내 1만 명 정규직 전환’ 발표까지 나오면서 사회에 안긴 파장이 상당했다. 기존엔 당연하게 여겨지거나 개인의 능력 문제로 치부되기까지 했는데, 이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이제는 비정규직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특히 지난 1년간 공공부문에서 10만 명 이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실질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민간영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원만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지난 4일 노동계가 마련한 ‘문재인 정부 1년 노동정책 평가와 과제 정책토론회’에서는 칭찬보단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나왔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선웅 부경대 교수는 “공공부문 전체 비정규직 41만여 명 중 절반이 넘는 24만여 명은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지적하며 비정규직 전환 제외대상 기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노중기 한국산업노동학회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무기계약직, 자회사 설립 등의 방식이 등장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획일적 정규직 전환은 적절하지 않다며 정반대의 지점에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불가피한 업종 및 직군,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정규직 전환 바람이 민간영역으로 확대될까 경계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16.4%의 인상률을 나타냈다. <뉴시스>

◇ 최저임금·근로시간단축… 결국은 소득주도성장 안착이 관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노동 분야의 또 다른 화두는 바로 ‘최저임금’이었다. 대선 기간엔 대부분의 후보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막상 인상폭을 결정할 때가 되니 사회적 논쟁이 상당했다.

정부와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찬성하는 측에선 소득불균형을 해결하고, 더 나아가 소득주도성장을 이루기 위한 기본 바탕이라고 주장했다. 반대하는 측에선 중소기업 및 영세사업자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게 될 것이고,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일자리 문제가 오히려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7,530원으로 결정됐다. 지난해 6,470원보다 16.4% 인상된 것으로, 최근 평균 인상률의 2배 수준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는 즉각 나타났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용규모를 줄였고, 일부 프랜차이즈 뷔페도 그릇을 손님들이 직접 치우도록 하는 등 인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최저임금보다 수익이 적다며 한탄하는 자영업자들도 많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물가 역시 줄줄이 인상됐는데, 인건비 상승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올해도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중소기업 및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책, 소득주도성장 등이 얼마나 발걸음을 맞추느냐다. 이 세 가지가 원활한 톱니바퀴를 이루지 못할 경우 또 다른 사회적 문제 및 갈등을 낳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노동 분야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변화는 ‘워라밸’이다. ‘일(Work)과 삶(Life)의 균형(Balance)’을 뜻하는 이 말은 ‘근무시간 단축’이란 화두와 연결된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근로시간 단축이 오는 7월부터 ‘주 52시간’으로 상당한 변화를 맞게 된 것이다. 근무시간 단축은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주요정책으로 꼽힌다.

이에 몇몇 대기업들은 ‘5시 퇴근’이나 유연근무제 도입 등으로 일찌감치 적응에 나서기도 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찾게 된 이들은 아직은 조금 낯설어하면서도 높은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우려의 시선은 존재한다. 근무시간 단축이 생산성 단축으로 이어져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근무시간 단축 적용이 어려운 업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밖에도 끊이지 않는 산재사고, 한국지엠 사태에서 드러난 노동자들의 취약한 입지 등도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해결해 나가야할 중요 과제로 꼽힌다.

분명한 것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성이 서로 정반대라는 점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 1년간 적어도 확실한 ‘U턴’은 보여줬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 세부적인 방향을 잘 잡아나가야 한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는 정책토론회 자리에서 “최저임금, 공공부문 비정규직 등의 사안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기도 했으나 전체 공약의 측면에서 상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며 “자족하기보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노동이 ‘빨갱이’와 등치돼왔던 상황에서 갑자기 ‘노동존중’을 외친다고 노동의 지위가 수직 상승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말로만 노동을 존중하자고 하기보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시스템과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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