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커피나 음료 구매 시 텀블러를 이용하면 금액의 10% 가량을 할인해준다는 내용을 담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감축 방안이 발표되자 커피 전문점 업계가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이 부른 화근인가, 아니면 환경을 도외시한 기업들의 앓는 소리인가. 최근 환경부가 내놓은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둘러싸고 정부와 기업들이 서로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커피전문점과 프랜차이즈들이 이구동성으로 “협약식 사인도 안한 상태에서 이뤄진 일방적인 발표”라며 아우성치고 있는 가운데, 환경부는 “이제와 기업들이 딴 소리를 한다”며 수긍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협약식도 안 했는데”… 정부 발표에 업계 불만 고조

이번 환경부의 재활용 종합대책을 바라보는 업체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아직 확정된 게 없는 데 정부가 마치 모든 게 정해진 것처럼 내용을 공개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A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정부 발표문이 현재 대화 중인 내용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완벽하게 협의가 이뤄지기 전에 외부에 공개돼 내부적으로 많이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B커피전문점 역시 이번 환경부 발표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동소이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환경 보호에 힘쓰겠다는 취지에 공감하며, 기업들도 여기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정부 발표대로 확정된 건 아니며 어디까지나 협의 중인 단계”라며 말을 아꼈다.

이처럼 커피전문점들이 이번 환경부의 재활용 감축 방안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건, 기업 입장에서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총 5단계(생산‧소비‧배출‧수거 재활용)로 나눠진 순환단계별 종합대책 중 ‘유통‧소비’ 단계의 핵심인 1회용 컵 사용 최소화 방안에 대해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오는 6월부터 당장 5,000원 정도의 커피나 음료를 텀블러 이용 시 500원 내려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이는 200∼300원 정도 가격을 인상하는 데도 심사숙고해 결정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수준의 할인율이다. 그럼에도 10일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텀블러 사용자에 10%수준의 가격 할인을 제공하는 데 커피전문점들이 합의했다”며 이를 공식화 했다.

엄밀히 말해 커피 전문점들의 주장대로 협약이 이뤄진 건 아니다. 이달 말 커피 전문점과 프랜차이즈 20개 업체가 협약하기로 알려져 있는데, 본지가 파악한 바로는 구체적인 협약식 일정은 24일쯤으로 예상된다. 아직 본사에서 정확한 할인율 등을 조율하지 못한 것은 물론, 가맹점주들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하지 못한 프랜차이즈 입장에서는 정부 발표가 서둘러 이뤄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 정부 “비용절감‧환경보호 고려… 부담될 할인율 아냐”

또 이들 업체들은 10년 만에 부활을 앞두고 있는 컵보증금 제도에 대해서도 업체들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는 뜻을 전해왔다. 일회용 컵에 음료를 구매할 때 100원 정도를 보증금으로 지급한 뒤 컵을 반환하면 금액을 돌려주는 이 제도는 2002년 도입돼 6년간 운영되다 폐지됐다. 그러다 이번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에 그 내용이 담기면서 시행을 앞두고 있다.

C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아직 할인되는 금액에 대해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어떤 식으로 어느 범위까지 지원해줄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게 전혀 없다”며 “1회용품 감축에 대해 어떤 지원책도 내놓지 않고 있는 정부가 프랜차이즈 업체들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 같은 커피전문점들의 반응은 앓는 소리에 지나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미 2009년 체결된 자율협약에 따라 텀블러 사용시 100~300원 정도를 할인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할인율을 소폭 늘리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이번 협약은 이미 기협약을 맺고 있는 17개 업체에 3곳을 추가하는 것이라 크게 새로울 게 없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1회 용품 최소화 방안은 이미 작년부터 얘기를 해 왔었다”며 “1회 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데서 나오는 비용절감과 환경보존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기업에 큰 부담을 줄만한 할인률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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