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안철수(왼쪽) 서울시장 후보, 유승민 공동대표가 4월22일 서울 광화문 '더불어민주당원 불법댓글공작 규탄 천막농성장'을 찾아 댓글조작 진상규명과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지금 우리는 춥고 어두운 죽음의 계곡을 지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바른미래당 출범식에서 유승민 공동대표가 한 인사말이었다. 그로부터 3달이 지났다. 바른미래당은 죽음의 계곡을 지났을까, 아직 지나고 있을까 아니면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까.

18일 바른미래당에 따르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송파을 공천 문제가 유승민 공동대표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강대강 대치로 확산하면서 이탈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노원병 공천 논란은 양반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바른미래당 공관위는 송파을 재보선 공천으로 박종진·송동섭·이태우·유영권 예비후보 등의 경선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를 의결할 당 최고위원회에서 분란이 일어났다. 안 후보 측 중심으로 송파을에 손학규 위원장 혹은 장성민 전 의원을 전략공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경선을 할 경우 바른정당 출신의 박종진 예비후보의 승리가 유력하기 때문에 안 후보 측에서 '손학규-장성민' 카드로 막아선 셈이다.

이에 유승민 공동대표는 전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에서 경선을 치르는 것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최고위가 이를 중단시킬 아무런 권한이 없다"라며 "경선을 하면 1등을 한 사람이 정해질 것이고 그 사람에 대한 공천안이 최고위에 올라오면 의결하는 과정을 거치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략공천은 합의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3등 할 후보는 내서는 안 된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 논리라면 우리 당은 후보 낼 지역이 아무 데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안 후보도 오후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에서 가장 무게감 있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내는 것이 송파을 지역 유권자들을 위한 도리"라며 "월초부터 손 위원장이 출마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고 당에 요청한 바 있다. 그런데 아직도 정리가 안 되고 있다"고 손 위원장 전략공천 요구를 직접 피력했다. 전략공천 여부를 놓고 유 대표와 안 후보가 공개적으로 정면충돌한 셈이다.

박종진 바른미래당 송파을 예비후보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송파을 지역구에 무공천이나 비민주적인 전략공천이 이뤄질 경우 무소속으로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 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 안철수 향해 거세지는 당내 비판

당내 계파갈등 논란이 확산되면서 지도부, 특히 안 후보를 향한 당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바른정당 출신의 진수희 전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 공천 과정에서 겪은 온갖 비상식적 일들, 게다가 송파을 박종진 후보를 놓고 벌이는 무도한 작태를 보면서 통합을 뼈저리게 후회했다"며 서울시당 공동위원장직을 사퇴했다고 밝혔다.

송파을 경선에 출마하는 박종진 예비후보는 물론 안 후보 측으로 불린 이태우 예비후보도 안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박 후보는 전략공천을 강행할 시 탈당 및 무소속 출마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박 후보는 "낡은 정치를 바꾸고 국민의 여망에 부응코자 뜻을 모아 미래정치의 주춧돌을 놓겠다던 주역들이 독선과 오만으로 '측근 분양', '사천(私薦)'을 통해 공당을 사당화하려고 한다"라며 "'당에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한 발언은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가 안 후보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만 한다는 뜻인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3등 후보'를 확정할 수 없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은 전국적으로 거의 다 3등이므로 모두 전략공천을 해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안 후보 자신도 3등 후보이므로 경쟁력 있는 인물을 찾아 선행해서 전략공천 대상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우 후보도 "바른미래당이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것은 과거로 회귀하는 구태가 아닐 수 없다. 노원병을 시작으로 안철수계 유승민계로 나뉘어 선거승리보다는 계파싸움에만 몰두하는 모습에 실망스럽다"라며 "안 후보가 5월초부터 이미 공천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원칙과 절차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또한 "새정치는 죽었다. 통합을 추진했던 국민의당 최고위원으로서 안 후보가 추진하던 통합에 찬성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반성한다"라며 "어차피 최고위에서 본선 경쟁력을 운운하며 또다시 전략공천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경선 참여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노원병과 송파을 논란을 보면 국민의당 출신이 바른정당 출신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경향이 역력하다. 박종진 후보와 우여곡절 끝에 노원병 후보로 공천된 이준석 당협위원장도 바른정당 출신이다.

이는 지방선거 이후 있을 정계개편 과정에서 당권을 바른정당 출신에 넘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당이 안 후보의 서울시장 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이기지 못하면 어떤 형태로든 안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당 출신의 당내 영향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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