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942년 창업명인 행남사로 사명을 바꾸고 사업다각화와 기업이미지 제고에 나설 채비를 마친 행남사 홈페이지 첫 화면. <행남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행남사가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코스닥시장본부는 ‘단일판매 공급계약의 해지에 관한 번복 행위’를 한 행남사를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할 것을 예고했다.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되면 한해 벌점에 따라 매매거래가 정지 될 수 있다. 최근 대규모 감자로 주권매매거래 정지를 경험한 행남사로서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

◇ 사명 변경 직후 날아든 악재… 이미지 제고 ‘흠집’

무엇보다 이번 불성실공시 법인 예고는 재도약을 다짐한 직후 날아든 악재라 행남사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 4월 사명변경 작업을 완료한 행남사는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내려던 참이었다. 대중에게 익숙한 이름인 행남자기를 포기하고 1942년 김창훈 선대 회장의 창업명인 행남사로의 회귀를 통해 재기에 대한 의욕을 외부에 표출했다.

하지만 설욕을 다짐하기 무섭게 공시 규정 위반 사례가 적발되면서, 사명 변경을 통해 기업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행남사의 청사진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행남사 관계자는 “중국 쪽과 추진 중이던 계약에 차질이 생겨 발생한 일로 회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한국도자기와 함께 자기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자존심을 지켜오던 행남사가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건 2000년대 들어서부터다. 값싼 중국산과 브랜드값을 앞세운 유럽산 명품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국산 자기들이 점차 설자리를 잃어갔다. 행남자기 역시 수입산의 공세를 피하지 못했고, 한때 666억원에 이르던 매출이 2003년 468억원으로 감소했다.

판세를 뒤집기 위해 마련한 사업다각화 전략은 오히려 경영난을 심화시키는 자충수가 돼 돌아왔다. 행남사는 지금까지 태양열 발전시스템 개발, 화장품, 가전제품, 의료기기 등 수십여개의 신사업에 관심을 보여 왔는데, 이는 오히려 행남사의 정체성을 약화시키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성공 사례로는 ‘김 한장의 행복’이라는 브랜드로 알려진 조미김 사업 정도만이 꼽힌다.

◇ 자본잠식률 축소‧파산 신청 기각… 재건 불씨 남아

잦은 최대주주 교체도 행남사의 경쟁력을 감소시킨 요인으로 지목된다. 2015년 4세 경영인인 김유석 전 대표를 마지막으로 행남사는 창업주 일가의 손을 떠나 M&A 시장을 떠도는 불운을 겪게 된다. 2015년 인터넷 방송 서비스 업체 더미디어에 매각된 지 4개월 만에 와이디통상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된다. 이듬해 매출은 280억원대까지 떨어지고 40억원의 영업적자와 23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남긴다.

현 주인인 마크원인베스트먼트로 최대주주가 변경 된 후 실적난은 더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지난해 행남사의 매출은 역대 최저 규모인 153억원까지 추락했으며 89억원의 영업적자와 186억원의 순손실을 입게 된다.

그렇다고 행남사가 부활의 끈을 놓은 건 아니다. 올해 1분기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이 확충되면서 자본잠식률이 33%까지 감소했다. 이는 2년 연속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되는 최악의 결과를 피하려는 의지가 담긴 결정으로 해석된다. 또 채권자인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엔트네이처팜이 신청한 행남사 파산 신청을 지난달 31일 광주지법이 기각한 것도 큰 호재다.

행남사 관계자는 “주력 사업인 도자기와 식기 사업을 중심으로 내실을 다져나가겠다”면서 “향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꾸준히 자본을 확충해 나가 재무건전성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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