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권상우가 ‘탐정: 리턴즈’로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권상우가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영화 ‘탐정: 리턴즈’(감독 이언희)를 통해서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다양한 얼굴을 보여 온 데뷔 18년 차 배우 권상우는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뜨거운 연기 열정으로 불사를 예정이다.

‘탐정: 리턴즈’는 셜록 덕후 만화방 주인 강대만(권상우 분)과 레전드 형사 노태수(성동일 분)가 탐정사무소를 개업, 전직 사이버수사대 에이스 여치(이광수 분)를 영입해 사건을 파헤치는 코믹 범죄 추리극이다.

최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탐정: 리턴즈’는 ‘전작보다 나은 속편’이라는 호평을 들으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주인공 대만 역을 맡은 권상우는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정말 재밌게 찍었는데 그런 부분이 고스란히 담긴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되게 재밌게 찍었거든요. 일처럼 안 여겨지고 촬영을 했고 (제작진, 출연진과) 혼연일체가 돼서 몇 개월을 같이 했더니 자연스럽게 나온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권상우가 ‘탐정: 리턴즈’에서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극을 이끌었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극중 권상우는 셜록 덕후 만화방 주인 강대만 역을 맡았다. 만화방을 운영하던 평범한 시민에서 역대급 미제 사건을 해결하며 시민들의 영웅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대만은 아내 몰래 만화방을 처분하고 태수와 함께 국내 최초 탐정사무소를 개업한다.

대만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들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탐정이라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대만은 워킹맘 아내를 대신해 갓난아기 홍지를 품에 안고 사건 현장에 뛰어나온다. 그러다 아내에게 걸리자 무릎을 꿇고 애원한다. 대만의 이러한 모습은 권상우가 ‘탐정’ 시리즈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이 영화를 하면서 재밌었던 것은 사건을 파헤치고 뛰어난 추리력이 있고 그런 정해진 연기를 한 것보다 그 외적인 것들이었어요. 대만이의 사생활 같은 거요. 집에서의 대만이, 만화방을 몰래 팔고 아내한테 입 닫고 있는 설정들이 이 영화를 하는 원동력이었어요. 일상 속에 있는 재미를 끄집어내는 것이 제일 재밌었고 와닿았어요.”

권상우는 모든 미제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뻔뻔함과 생활과 육아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가장의 찌질함을 가진 대만 역을 맡아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다. 실제인지 연기인지 헷갈릴 정도로 대만 그 자체로 분한 권상우는 “나에게도 대만의 모습이 있다”고 밝혔다.

“100% 똑같지는 않지만 그런 요소(대만이의 모습)가 분명히 있어요. 집에서 아내(손태영)한테 실망시키지 않기 위한 행동이나 그런 것들은 비슷하죠. 선의의 거짓말도 해요. 대단한 건 아니지만 촬영 끝나고 약속 있는데 굳이 얘기 안 하고 그런 거요. 그런데 요즘에는 다 알게 되잖아요. 그래서 혼나고 그런 거?”

권상우가 성동일과 이광수와의 작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경희 기자>

이번 시리즈에서는 배우 이광수가 새롭게 합류했다. 사이버수사대 에이스 출신 여치 역을 맡은 이광수는 젊은 혈기와 엉뚱한 허당미를 발산하며 전작과 또 다른 재미를 안긴다. 권상우도 이광수를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성동일 선배를 통해서 (이)광수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처음 봐도 낯설지 않았고 연기를 어떻게 하냐를 떠나서 사람 대 사람이 만나서 하는 일이잖아요. 굉장히 예의가 바른 후배라 그런 게 다 예뻐 보이고 끼나 감이 좋은 사람이라 전혀 걱정 안 했어요. 어린 팬들도 생길 수 있으니까요. 광수도 예능을 하지만 연기자이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목마름도 있을 거고, 여러 가지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이광수까지 합세한 ‘탐정: 리턴즈’는 막강한 코믹 ‘케미’를 발산하며 업그레이드된 웃음을 선사한다. 소소한 웃음부터 빵 터지는 ‘빅 재미’까지 러닝타임 내내 끊임없이 웃음을 유발한다. 권상우는 한층 진화된 코믹 연기에 대해 “성동일 덕”이라고 공을 돌렸다.

“(성동일) 선배님한테 감사한 것은 선배님이 훨씬 더 재밌고 훌륭한 연기자인데 대만이를 서포트 잘 해주셨어요. 그런 면들이 너무 고맙죠. 서로 튀려고 안 하고 정말 친하니까 자연스럽게 나온 모습들이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선배님이 재밌게 나오면 내가 더 즐겁고 광수가 재밌게 나오면 내가 더 즐겁고 그런 마음이에요.”

‘탐정: 리턴즈’에서 막강 코믹 케미를 선보인 (왼쪽부터) 권상우 이광수 성동일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탐정: 리턴즈’가 전작보다 코믹한 영화로 탄생하기까지는 배우들의 노력이 있었다.

“대본으로 봤을 때는 재밌었는데 리딩 할 때는 부자연스러운 것들이 많았었어요. 현장에서 모든 신들을 다 잘 극복한 것 같아요. 대사든 몸짓이든 표정이든 뭐든 조금씩 다 업그레이드해서 찍었고 저희들끼리도 ‘이 정도면 되겠다’ 해서 잘 마무리된 것 같아요. 어느 한 신, 어떤 애드리브를 했다 이런 건 없었고 모든 게 다 현장에서 노력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요.”

코미디 외에 권상우가 말하는 ‘탐정: 리턴즈’의 매력은 무엇일까?

“우리 영화는 안티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너무 완벽한 척하고 이런 사람들이 사건을 해결하면 긴장감이 없잖아요. 그런데 보면 셋 다 불안한 사람들이거든요. 아슬아슬해요. 그런 셋이 모여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매력인 것 같아요. 불완전하고.”

2015년 개봉한 ‘탐정: 더 비기닝’은 초반 부진했지만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262만 관객을 동원, 시리즈 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권상우는 ‘탐정: 리턴즈’의 흥행으로 시리즈가 계속되길 바랐다.

“스코어 면에서 전편을 넘었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상업영화니까 그걸 넘어야 다음을 꿈꿀 수 있으니까요.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무궁무진하게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일단은 관객들한테 인정을 받아야 하니까 많이 웃고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권상우가 배우로서의 고민을 털어놨다. <김경희 기자>

권상우는 2001년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태양 속으로’(2003), ‘천국의 계단’(2004), ‘슬픈 연가’(2005), ‘대물’(2010), ‘야왕’(2013), ‘추리의 여왕’ 시즌1,2(2017, 2018)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스크린에서는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를 통해 흥행 배우로 떠올랐다. 다음 해인 2004년에는 1970년 당시 대한민국의 정치적 실상을 고등학교 교실 내 실상으로 대변해 보여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 출연하며 작품성과 연기력에서 모두 호평을 받았다.

데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권상우는 과거보다는 현재와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 집중하며 배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저는 제 삶의 태도로 봤을 때 전혀 과거를 생각 안 합니다. 지나간 거 얘기해봐야 뭐 하겠어요. 다 과거의 훈장이고… 이 영화를 홍보하면서 게릴라 데이트를 오랜만에 했거든요. 그런데 젊은 친구들은 저를 몰라요. 알긴 아는데 ‘천국의 계단’도 모르고 지금 현재의 권상우가 어떻게 활동하느냐가 중요한 거예요. 물론 30·40·50대는 당연히 히스토리를 알지만 저한테는 지나간 일일뿐이고 지금 남은, 활발하게 일할 수 있는 앞으로의 시간, 그 행보가 더 중요하고 고민하게 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어느덧 데뷔 18년 차가 된 권상우는 올해로 42세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언제까지 연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진다. 하지만 그는 허락된 시간만큼은 후회 없이 뜨겁게 연기하고 싶다.

권상우가 ‘탐정: 리턴즈’를 시작으로 열일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경희 기자

“과연 나를 영화나 드라마 판에서 주인공으로 써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 것인가. 물론 그 시간 외에도 내가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최대 7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돌아오지 않는 이 시간을 굉장히 잘 활용하고 싶고 열심히 일하고 싶어요.”

권상우는 오는 13일 개봉하는 ‘탐정: 리턴즈’를 시작으로 ‘두 번 할까요?’(가제), ‘귀수’ 등 내년 상반기까지 영화 세 편을 연달아 선보이며 활발한 행보를 펼칠 예정이다. 그의 ‘열 일’의 이유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회자될 수 있는 ‘좋은 영화’를 남기기 위해서다.

“시간이 지나서 다시 얘기할 수 있는 영화를 한 편 찍는 게 제일 큰 바람이에요. 그러면 배우로서 아쉬울 것 없을 것 같아요. 몇 년 뒤에 봐도 어색하지 않고 몇 년에 한 번씩 다시 보고 싶은 영화들이 있잖아요. 그런 영화가 좋은 영화 같아요. 나중에 내가 죽었을 때 사람들이 내 영화들을 나열해서 며칠 동안 보는 시간이 있다면 ‘권상우 재밌는 영화 많이 했었구나’라는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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