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총수 일가는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라”고 발언하면서 삼성SDS 주가가 주저 앉는 등 여파가 적지 않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김 위원장이 특정 업종을 지목한 만큼 삼성SDS의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삼성SDS(대표 홍원표)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며칠 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총수 일가는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라”고 발언하면서 주가가 주저앉았기 때문. 김 위원장이 발언의 맥락을 다시금 명확히 하면서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분위기지만, 삼성SDS로선 일련의 상황들이 썩 편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말’에 주저앉은 삼성SDS 주가

22만8,500원(14일)→19만6,500원(15일).

15일 삼성SDS 주가는 전일 대비 14% 하락한 19만6,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2조3,000억원 이상 증발했다.

발단은 14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대기업 총수 일가는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라”고 말한데 따른 것으로, 이날 김상조 위원장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총수 일가가 시스템통합(SI),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 등 그룹의 핵심 사업과 관계없는 분야에 지분을 갖고 있다”며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팔지 않으면 조사,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이 총수 일가의 지분을 줄여야 하는 비핵심 업종을 특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선 오너 지분의 강제 매각으로 해석되면서 대량매도로 이어졌고, 다음날인 15일 삼성SDS 주가는 급락했다. 이후 김 위원장이 “문제 삼은 부분은 비주력·비상장사”이라며 당시 발언과 삼성SDS는 관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삼성SDS 입장에선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현행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매출의 상당부분이 그룹 계열사들과의 거래에서 나오는데다 총수 일가 보유 지분도 상당수 포진돼 있는 만큼 정부의 움직임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어서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동일인 지정(총수)을 받았다는 점도 심리적으로 부담스런 대목이다.

실제 삼성SDS는 매출의 상당부분이 삼성그룹 계열사로부터 나오고 있다. 그룹 내 IT서비스를 담당하는 삼성SDS는 지난해 총매출(4조5,471억원) 중 4조193억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이러한 내부거래 비율은 2015년 73.23%에서 2016년 75.58%, 지난해 77.19%로 해마다 늘고 있다.

물론 삼성SDS는 공정위가 정한 30%(총수일가 지분, 상장사 기준)에 미치지 못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건희(0.01%), 이재용(9.20%), 이부진(3.90%), 이서현(3.90%) 등 총수 일가는 삼성SDS 지분 17.01%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상장사 지분 기준을 20%로 강화하는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삼성SDS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오너 일가는 내부거래 규모가 늘고 있는 삼성SDS를 통해 배당금을 챙기고 있다. 지난해 삼성SDS로부터 263억원의 배당금을 받아갔다. 삼성SDS는 주주환원정책 확대 차원에서 지난해 배당금을 2,000원으로 늘렸다. 2016년(750원) 대비 166.7% 늘어난 규모다.

김상조 위원장은 ‘일감몰아주기’를 “공정경쟁을 훼손함으로써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영역에서 새로운 혁신이 출현할 수 있는 기반을 붕괴 시킨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재벌 계열사들이 SI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SI업체들은 이를 통해 실적을 올린 뒤 배당수익 등으로 총수 일가에 이득을 주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일감몰아주기’를 “재벌 계열사들이 SI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SI업체들은 이를 통해 실적을 올린 뒤 배당수익 등으로 총수 일가에 이득을 주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진은 취임 1년을 맞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삼성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압박’과 ‘SI 지분매각 해프닝’의 의미

더욱 부담스러운 건 최근의 분위기다. 앞서 6·13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김 위원장이 특정 업종을 지목하며 ‘경고 메시지’를 던진 시점이 선거가 끝난 직후라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최근 금감원이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태’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일감몰아주기를 지적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최근 5년간 전체 전산시스템 위탁계약의 72%를 삼성SDS와 체결했다. 삼성SDS와의 계약 중 91%는 수의계약이다. 수의계약의 사유도 명시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일감몰아주기 혐의가 있다며 공정거래위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보냈다.

삼성SDS는 ‘보안업’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피력해왔다. 기업 핵심 시스템 구축은 기업 기밀과 보안에 관련된 일이라 계열사 SI가 아닌 다른 업체에 맡기는 게 현실상 쉽지 않다는 게 핵심이다. 다른 SI 업체들 역시 ‘보안’을 이유로 일감몰아주기 예외 업종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법률상 일감몰아주기 예외 조건인 긴급성·보안성·효율성을 충분히 고려하겠지만 논란이 되는 SI 업종이 예외 조건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선진국 기업집단은 보다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SI 업체와 거래하면서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통해 SI 업체들이 세계적 기업으로 크는 선순환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위원장의 발언에 삼성SDS 주가가 주저앉은 것은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직접적으로 기업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시장에선 삼성SDS를 겨냥한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물론 한 기업의 지분 매각을 강제할 근거는 없다. 삼성 오너 일가 역시 SDS 지분 매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분명치 않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그동안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꾸준히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해프닝이 던지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삼성SDS 입장에선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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