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오프제 실시에 따라 강제 종료시간 알람이 떠 있는 한 기업의 컴퓨터 화면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2일 ‘주 52시간 근무제’가 300인 이상 기업부터 적용됐다. 첫 시행인 만큼 일선현장에서는 혼란한 상황이 일부 연출되고 있다. 특히 사무직군 가운데는 티타임 등 휴게시간 구분이 모호한 때가 적지 않다고 한다. 6개월 계도기간이 있기 때문에 당장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 기업도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안착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 공기업에 다니는 A씨는 “이전과 크게 근무환경이 달라지지 않았다”며 “노동법상 토일을 제외하고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인데, 평일 잦은 야근으로 52시간을 초과하는 사례가 과거에 적지 않았다. 법이 변경됐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B씨는 ‘시간 외 근무’가 늘었다고 하소연 한다. 그는 “퇴근시간이 되면 일이 남았더라도 반 강제적으로 퇴근을 해야 한다. 그러나 카카오톡 업무지시는 항시 계속되고 있고 대부분 노트북이나 일거리를 챙겨 집에서 일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아직은 주 52시간 근무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PC 오프제를 시행하는 대기업에 다니는 C씨는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라고 전했다. 일거리가 많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퇴근을 하면 다음날 출근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C씨는 “PC 오프제 시행으로 6시 30분 이후에는 컴퓨터가 아예 안 움직인다. 더 쓰려면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당장 오늘 일이 많은데 퇴근 시간 내 다 맞출 수 있을지 고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현장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노동시간 단축이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근무시간을 줄임으로서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늘릴 수 있고,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미 국민들은 OECD 국가 가운데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과도한 노동을 하고 있어 ‘휴식’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과로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늘 강조해 오다가 대통령이 과로로 탈이 났다는 말을 듣게 돼 민망하다”면서 “어제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시작됐다. 과로사회에서 벗어나 나를 찾고, 가족과 함께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 어느 나라를 둘러봐도 우리 정도 수준을 갖춘 나라 가운데 우리처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나라는 없다”며 “OECD 평균보다 연간 300시간 더 일해야만 먹고 살 수 있다는 부끄러운 현실을 이제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정부는 시행 초기 6개월을 계도기간으로 삼아서 법 위반에 대한 처벌에 융통성을 주기로 함으로써 기업의 부담을 많이 낮췄다”며 “제도 시행 초기의 혼란과 불안을 조속히 불식시키고, 제도가 현장에서 잘 안착이 되어 긍정적인 효과가 빠르게 체감될 수 있도록 후속대책에 만전을 기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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