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졌다는 인식이 한국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다. OECD는 그 원인을 노동시장에서 찾았다. <픽사베이>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헬조선’·‘흙수저’와 같은 신조어는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진 한국사회에 대한 청년층의 자조적인 시선을 잘 보여준다. 신분상승의 꿈이 사라진 자리에 대신 나타난 것은 사회에 대한 실망과 더 나은 일자리에 대한 집착, 그리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코인 열풍’이다.

◇ 직업의 대물림으로 고착화되는 빈곤

OECD가 최근 발표한 ‘사회적 엘리베이터의 고장? 사회이동성을 어떻게 증진시킬 것인가’ 보고서는 이와 같은 한국사회의 풍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특별부록에서 한국사회를 집중 조명하며 “부모를 잘 만나는 행운이 개개인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인식이 형성돼있다”고 적었다. 부모의 교육수준 또는 재력과 자녀의 삶의 질의 상관관계를 긍정하는 비율이 OECD 평균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가 근거로 제시됐다.

OECD는 한국의 소득 하위 10%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가 평균적인 수준의 소득을 벌 수 있을 때까지는 일반적으로 5세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세대를 30년으로 치면 150년이 걸리는 셈이다. OECD 전체 평균(4.5세대)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이는 인도와 중국, 브라질 등 인구가 많고 소득불평등이 심각한 개발도상국이 연구대상에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덴마크(2세대)와 노르웨이·핀란드·스웨덴(3세대)을 필두로 12개 국가가 한국보다 계층이동성이 높다. 미국과 영국·이탈리아·스위스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5세대가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독일·프랑스는 평균적으로 6세대가 걸린다.

원인은 OECD 최하위로 평가된 직업이동성이었다. 한국사회에서 관리직 근로자의 자녀는 평균 두 명 중 한 명이 관리직에 종사한다. 반면 육체노동자의 자녀들은 그 비율이 25%에 불과하며, 40%는 부모와 마찬가지로 육체노동자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원인은 ‘노동시장의 양극화’

일반적으로 교육이 계층이동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사실에 비춰볼 때, 교육이동성이 OECD 최고 수준인 한국이 직업이동성은 최하위라는 사실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국에서 부모 두 명이 모두 중등교육 이하의 학력을 보유했을 때 자녀가 고등교육을 이수할 확률은 약 25% 가량이다. 이는 OECD 전체 평균(13%)의 두 배에 가깝다.

교육과 직업(소득)의 상관관계가 약해진 배경에는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있다. 시간당 급여가 정규직의 3분의2에 불과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일생 동안 비정규직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성과 노년층의 비중이 높으며, 특히 노년층 비정규직의 경우 먼젓번 직장에서 퇴직당한 사람들이 많다.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교육과 직장 탐색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취업준비생’ 풍토를 만들어냈다.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해 별도로 학원이나 기관 등에서 강의를 듣는 취업준비생 인구는 작년 한 때 7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 모두가 대기업에, 공기업에, 혹은 외국계 기업에 갈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OECD는 이에 대해 “이들은 대개 보수와 근무조건이 좋은 몇 안 되는 일자리들에 매달리게 된다”고 언급했다.

최근 시행되고 있는 근무시간 단축과 어린이에 대한 사회보장제도 확대 정책들은 여성취업률을 높이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여성의 취업을 제한하는 원인 중 하나가 긴 근무시간이기 때문이다. OECD는 여기에 직업훈련의 확대와 노동시장의 유연성 강화까지 정책목표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각각 일자리 미스매치와 양극화 해소가 목적이다. OECD에서 청년(15세~29세)취업률이 일곱 번째로 낮고 취업포기인구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한국에게 필요한 정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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