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9일 금감원 브리핑룸에서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이번 혁신과제안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범죄 근절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금융감독원은 9일 발표한 ‘국민 눈높이에 맞춘 금융감독혁신 과제’에는 모두 17개의 정책과제들이 담겼다. 이 중 대부분은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 그리고 금융범죄 근절과 연관돼있었다. 금융발전과 관련한 과제들이 빠진 대신 소비자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사후대응계획들이 주를 이뤘다.

이날 혁신과제 선정내역을 소개하기 위해 언론 브리핑에 나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금융혁신’이 아닌 ‘금융감독 혁신’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가 미흡하고, 불건전 영업행위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는 윤석헌 원장의 말처럼, 금융업계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삼성증권의 배당사고와 시중은행의 ‘고무줄 대출금리’ 등 최근 발생한 각종 사건사고가 결정적이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의 단기성과 중심 경영과 폐쇄적 지배구조, 부실한 내부통제를 원인으로 뽑았다.

◇ 대출금리 조작사건, 은행 대상 전수조사 착수

지난달 2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결과는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고객의 연소득을 제출된 자료보다 낮게 입력하거나 제시된 담보를 무시해 부당한 이자를 매기고, 시스템이 산정한 대출금리 대신 최고금리를 적용하는 사례들이 담긴 보고서는 은행의 대출금리체계에 대한 불신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안 그래도 은행의 예금·대출금리 마진이 확대되면서 ‘이자놀이’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늘어나던 상황이다. 현재는 정확한 피해 규모와 고의성 여부를 두고 은행과 금융당국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우선 그동안 가능성으로만 언급되던 ‘전수조사’ 대응을 공식화했다. 하반기 중 국내 모든 은행에 대해 대출금리 부당부과 실태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 중·저신용자 계층이 자주 이용하는 저축은행에 대해선 대출원가·신용원가에 비해 금리가 과도하지는 않는지, 업체별로 순이자마진은 어느 정도인지 등의 정보를 공개한다.

금융감독원은 “과도한 금리인상은 고객의 비용부담을 확대시켜 결국 금융회사의 영업기반 붕괴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환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부당한 영업행위를 할 경우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 자체 관리감독을 강화할 유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 금감원 내 키코(KIKO) 전담반 설치… 현장검사도 고려

수출중소기업들이 환 리스크를 헷지하기 위해 가입한 금융상품 ‘키코’로 입은 피해는 공식적으론 3조원,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의 계산에 따르면 10조원에서 20조원까지 늘어난다. 공동대책위원회 측은 당시 계약과정에서 정보 불균형 문제가 있었으며, 상품 자체도 불공정하게 설계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예방과 사태수습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금융당국도 비판의 대상이다. 작년 말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키코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권고했으며, 윤석헌 현 금융감독원장은 당시 금융행정혁신위원장으로서 “(키코 사건에) 문제가 많다”는 입장을 밝혔던 인물이다.

지난달 25일 금융감독원 내부에는 키코 분쟁조정처리 전담반이 설치됐다. 전담반은 분쟁조정국과 검사국 합동으로 구성됐으며, 5개사의 분쟁조정이 모두 마무리될 때까지 운영된다. 금융감독원은 또한 “공정한 분쟁처리를 위해 피해기업과 상담하고, 사실관계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겠다. 필요시 현장검사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현장검사 결과는 피해기업들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는데 활용된다.

◇ ‘28조’ 민생범죄 집중단속 추진

보이스피싱과 불법채권추심, 불법사금융, 그리고 보험사기로 대표되는 민생 금융범죄들은 앞서 언급된 금융사고들에 비해선 사회적 충격은 적은 편이다. 그러나 그 피해액수는 연 28조2,000억원, 2017년 GDP의 1.6%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은 피해액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불법사금융(12조원)과 유사수신(11조원)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불시검사를 비롯한 현장검증을 강화하고, 내년 중 금융당국에게 조사권과 자료제출 요구권을 부여할 법적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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