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한국노총의 결의대회에서 참가자가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딱 떨어지는 숫자에는 듣는 이를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직관적이고 전달력이 높으며, 때로는 받아야 할 것 이상의 의미가 주어지기도 한다. 보다 현실과 가까운 ‘국민소득 2만9,000달러 시대’ 대신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사용되는 이유다.

한국경제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경제성장률 전망과 최저임금 인상률도 마찬가지다. 똑같이 0.1%p 차이지만 2.9%와 3%의 차이는 3%와 3.1%의 차이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노동계는 지난 2015년 이래 최저임금 1만원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다.

◇ 멀어져가는 ‘3% 경제성장’ 목표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성장 동력도 떨어지는 중인 한국이 3% 경제성장을 목표치로나마 제시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6~2060년 NABO 장기재정전망’ 보고서는 한국의 2026~2030년 실질성장률을 2.5%로, 2031~2035년 실질성장률은 2.2%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12일 발표한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9%로 예상했다. 3개월 전 발표한 전망치 3.0%에서 0.1%p 낮춘 것이다. 고용여건과 가계 원리금상환 부담이 민간소비의 증가세를 제약하는 가운데 설비투자‧지식재산생산물투자도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주요국의 무역 갈등이 예상과 달리 장기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를 성장시키는 최대 동력인 수출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뿐 아니라 국내 대다수 경제기관들은 3% 경제성장이라는 슬로건을 버린 지 오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의 2018년 경제성장률을 2.9%로, 한국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은 2.8%로 전망하고 있다. 남은 것은 OECD와 IMF 등의 외국기관, 그리고 한국 정부뿐이다.

정부는 이달 중 새 경제전망을 공식 발표해야 한다. 한국은행과 국내 경제연구소들이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춘 상태에서 3% 성장률 전망을 고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온다… 단 내년은 아니다

‘최저임금 1만원’ 슬로건은 생각보다 역사가 길다. 최저임금이 5,580원이었던 2015년에도 노동계에서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을 정도다. 이 요구는 두 번의 선거를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공론화됐다. 16년 열린 20대 총선에서 진보진영이 2020년 내에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17년 열린 19대 대선에서는 주요 후보 5명이 모두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을 정도로 초당파적인 이슈가 됐다.

작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근로자위원 측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했으며, 올해 제시한 1만790원이라는 액수도 1만원을 기준으로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 효과를 더한 결과다. 인상률로 따지면 43.3%에 달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2019년은커녕 2020년에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어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20년에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려면 앞으로 2년간 15.2%의 인상률이 필요한데, 한차례 16.4% 인상된 것만으로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편의점의 동시폐업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내각에서도 속도조절론이 부상하고 있다.

물론 물가가 오르고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멀지 않은 미래에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올 것은 분명하다. 최저임금이 매년 10% 인상될 경우 2021년, 8% 인상될 경우 2022년에 1만원의 벽을 넘어설 수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3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마지막 회의를 열었으며, 늦어도 14일 새벽까지는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2021년에 1만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10% 인상한다면 8,280원이 19년도 최저임금이 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