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치러진 배달의 민족의 제 2회 '치믈리에 자격시험'이 열린 잠실 롯데호텔 내부 모습. 이날 시험장에는 동물보호 활동가 10여명이 진입해 시험 반대를 주장하는 기습시위를 벌였다. <우아한 형제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과욕이 부른 화근일까.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이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 재미와 홍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마련한 이벤트에서 잡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다.

◇ 개최 2회 만에 위기 맞은 치믈리에 자격시험

알만한 사람은 안다는 ‘치믈리에 자격시험’이 어느덧 2회째를 맞았다. 지난 22일 시험 장소인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는 섭씨 38도까지 치솟는 폭염을 뚫고 치킨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찬 500여명의 참가자가 운집해 성황을 이뤘다.

치믈리에 자격시험이란 배달의 민족이 기획해 내놓은 일종의 이벤트다. 와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이를 서비스하는 소밀리에라는 직업이 있는 것처럼, 국민 간식인 치킨에 남다른 내공을 자랑하는 이들에게 감별사 자격증을 발급하기 위해 배달의 민족이 자체 개발한 ‘시험’이다.

언뜻 장난처럼 비춰질 수 있는 시험은 꽤나 진지하게 치러진다. 이론과 실기는 물론 듣기평가까지 나름 시험의 ‘꼴’을 갖췄다. 총 40개의 시험 문제는 프랜차이즈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출제자문위원의 손을 거친다. 답안 작성에는 OMR카드와 컴퓨터용 사인펜이 등장한다. 500명이 참가한 지난해 첫 시험에서는 119명만이 통과했을 정도로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한다.

1차 관문인 온라인 모의고사 시험에만 58만명이 참가할 정도로 연례행사화 되고 있는 치믈리에 자격시험. 하지만 배달의민족 스스로도 “성대한 축제가 됐다”고 자평하고 있는 치믈리에 자격시험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혀 개최 2회째 만에 큰 위기에 봉착했다. 이날 행사에는 예정에 없던 일이 벌어졌는데, 행사 반대를 주장하는 동물보호 활동가들의 기습 시위가 발생한 것이다.

‘치킨은 살 안쪄요. 치킨은 죽어요’, ‘이 냄새는 30일 된 병아리 냄새’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험장에 난입한 10명의 활동가는 호텔 경호원과 우아한형제들 직원들에 의해 5분여 만에 밖으로 끌려 나갔다. 현장에서 이들은 치킨이 만들어지는 비정상적인 과정은 등한시 한 채, 닭의 죽음을 유희화한 주최 측인 배달의 민족을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재밌으면 끝?… 배민 이벤트 계속된 ‘희화화’ 논란

이날 기습 시위는 특정 단체가 주도한 것으로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요즘엔 비건(Vegan)이나 동물권에 관심이 많은 개인 활동가들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배달의 민족 시위는 치믈리에 시험 반대에 뜻을 같이 한 활동가 몇몇이 모여 벌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번 시위로 개인 활동가들의 목소리가 외부에 어느 정도 전해진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비슷한 시위는 계속해 일어날 것”이라며 “그간 별다른 걸림돌 없이 치킨에 대한 광고 문구와 이벤트를 진행해 온 배달의 민족에도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실제 내년 치믈리에 자격시험 대회 개최 여부는 현재로써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배달의 민족 관계자는 “어쩌다보니 2회 연속 시험이 열리면서 연례화 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지만, 내년 개최 여부는 확실하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내년 대회 개최 여부는 이번 시위와는 무관하게 결정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배달의 민족의 홍보용 이벤트에서 잡음이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카피 문구 모집을 위해 올해 3월 치러진 ‘배달의민족 신춘문예’에서는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문구들이 출품돼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에도 희화화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는데, ‘미투’ 캠페인이나 1987년 고(故) 박종철 고문치사 관련 발언을 패러디한 문구가 출품돼 비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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