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비롯한 삼성 관련 노조원들이 지난 7월 1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인근에서 '삼성 노조 와해 의혹' 관련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삼성의 ‘노조 시대’가 열렸다. 지난 4월 17일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고용하겠다면서 “합법적인 노조 활동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 당연한 말을 듣기까지 80년이 걸렸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5개 계열사 노조가 출범했다. 검찰의 ‘삼성 노조 와해’ 수사가 막바지로 갈수록 이 같은 분위기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출범한 ‘삼성 노조’들의 ‘활동 보장’은 어디까지 왔을까.

◇ “삼성, 용기 내는 노동자들 늘어날 것”

최근 삼성은 곳곳에서 일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달 직업병 노동자들의 보상을 위한 중재합의서 서명도 그 중 하나겠지만,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무노조 경영’의 종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지난 4월 3일 착수한 검찰의 ‘노조 와해’ 의혹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발표된 내용이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삼성의 이 같은 변화는 비단 검찰 수사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삼성에서 설립된 노조 5개 중 3개는 검찰 수사를 예견할 수도 없었던 지난해에 설립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 중 2개는 새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인 지난해 3월과 4월에 출범했다. 국정농단 사태 후 정치권과 사회 곳곳에서 불기 시작한 변화의 바람은 삼성도 피할 수 없었다.

현재 삼성그룹에 있는 10개의 노조 중 5개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출범했다는 점이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그 첫 시작인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3월 단 2명의 인원으로 노조가 출범했다. 바로 다음달인 4월에는 삼성웰스토리 노조가, 같은해 7월에는 에스원, 올해 6월 삼성물산 협력사 CS모터스, 7월 삼성화재의 자회사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등이 노조를 설립했다.

특히 삼성웰스토리는 삼성 계열사 중 처음으로 ‘단위노조’로 출범, 단체교섭 지위를 확보하기도 했다. 통상 삼성 노조는 산업별 지회로 가입이 이뤄졌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앞으로도 노조의 수와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삼성 노조파괴대응팀’ 류하경(법률사무소 휴먼) 변호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삼성이 노조 파괴 행위가 잘못된 것이라는 공론화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삼성 내부에서도 노동자들이 용기를 많이 낼 것 같다”면서 “현재 있는 노조도 규모가 커질 것이고, 없는 사업장에서도 새로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들이 계속 나올 것”이라며 “과거처럼 노조를 출범하지 못하게 하거나 출범한 후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들은 점차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17일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직접 고용에 합의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병훈 사무장, 곽형수 수석부지회장, 나두식 지회장, 삼성전자서비스 최우수 대표이사, 최평석 전무. <삼성전자>

◇ “삼성, 그룹차원에서 노조 보장 선언해야”

실제로 검찰 수사도 탄력을 받고 있다. 2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삼성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2월 해체된 미래전략실(미전실)이 작성한 노조파괴 전략 문건을 발견했다. ‘2013년 그룹 노사안정화 대책’이란 제목의 이 문건은 2013년 10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폭로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과 비슷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삼성은 문건 작성을 부인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미전실이 작성한 유사 문건이 발견된 것이다.

검찰은 이 문건에 따라 노조 와해 공작이 조직적으로 진행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김수현 부장검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전직 삼성전자 인사 담당 전무 목모(54) 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노조 와해 의혹과 관련해 삼성전자 임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의 노조 와해 공작에 대한 실체가 점점 드러나면서 최근 출범한 노조들의 활동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과거와는 달리 많은 활동들이 보장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노조에 대한 공격은 멈췄지만 아직까진 (노조)사무실 하나 빌려준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의 존재 자체는 부인하진 않지만, 역할에 대한 보장은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설명이다.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지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 활동 보장을 선언했지만, 이는 삼성전자서비스에만 국한된 선언일 뿐, 지금까지도 그룹 차원의 메시지는 없는 실정”이라며 “에스원도 최근 사측의 시간 끌기에 제대로 된 단체교섭도 못해보고 결국 결렬을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행 노동3권을 규정한 노조법 개정과 정부가 조속한 이행을 약속한 국제노동기구(ILO) 비준을 올해 하반기로 앞당기는 조치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면서 “아울러 정규직 노조 출범은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협력사 등 비정규직 노조들이 앞장서 노사관계의 모범 사례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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