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단독 대표로 추대된 보해양조 임지선 대표가 상반기 대규모 영업적자를 안게 됐다. <보해양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보해양조 3세 임지선 대표가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고 나섰다. 단독 대표라는 중책을 맡게 된 올해 첫해 흑자 달성에 실패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경영 능력이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 또 다시 도마 오른 ‘보해 3세’의 리더십

아직 경험이 부족한 탓일까. 재계에서 보기 드문 30대 여성 CEO라는 이력 탓에 남다른 화제성을 안고 있는 보해양조 임지선 대표의 행보가 주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이다. 우여곡절 끝에 대표이사 자리를 되찾으며 재기에 나섰지만, 다소 의외의 결과로 귀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미 상반기 누적만 수십억에 달하면서 웬만해선 회복이 힘든 지경에 이르고 있다. 지난 13일 공시된 보해양조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1~2분기 누적 영업손실액은 89억원에 이른다. 이는 최종적으로 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2016년 상반기 때보다 저조한 상반기 실적이라는 점에서 2년 만에 적자전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실적 추이는 임지선 단독대표 체제에서 받아드는 첫 성적표라는 점에서 더욱 뼈아픈 일이다.

그간 보해양조는 경영을 진두지휘할 대표이사 인사를 반복하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왔다. 그 중심에는 항상 보해양조 창업주인 임광행 회장의 손녀이자 임성우 창해에탄올 회장의 장녀 임 대표가 있었다. 회사는 임 대표에게 대표이사 자격을 부여하며 기회를 제공하는가 하면, 결과가 신통치 않을 때에는 좌천성 인사로 책임을 묻는 듯한 인사 정책을 반복해 왔다.

◇ 도태되는 향토 주류기업의 경쟁력, 하반기도 ‘우울’

지난해 9월 채원영 전 대표와 공동대표를 맡다 해외사업부문으로 밀려나는 쓰라린 경험을 했던 임 대표로서는 6개월 만에 되찾은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상황. 하지만 경영자로서 성과를 보여주며 후계자로 지명된 자신의 능력을 회사 안팎에 입증해야 하지만 출발부터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반기에 어떻게든 부진한 상반기 실적을 만회해야 하지만 사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2015년 선보인 부라더 소다 이후 이렇다 할 히트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주력 제품들의 인기마저 시들해지고 있다.

텃밭인 광주‧전남 지역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잎새주’도 하이트진로 등 업계 선두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때 90%에 달했던 잎새주의 지역 점유율이 최근 60%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체되고 있는 맥주 사업도 보해양조의 성장 발목을 잡고 있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보해양조는 주류 수입을 전문으로 하는 ‘주류수출입면허 (나)’를 취득하며 맥주 사업 진출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자체 생산은 물론 맥주 수입 여부에 대해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이 사이 맥주 업계는 러시아 월드컵에 폭염까지 이어진 호재를 누리고 있는 실정이다.

남은 하반기 기간 동안 보해양조가 상반기 부진을 털어내고 깜짝 실현을 달성할 가능성도 남아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처럼 소주와 맥주 양 부분 모두에서 경쟁력이 도태되고 있어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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