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 분향소에서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쌍용차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시민사회 대표자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쌍용차 정리해고 당시 사측의 노조 와해 의혹에 대해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현재 해고 노동자들은 경찰이 제기한 17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의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사측이 국가 공권력을 동원해 노조 와해 작업을 추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상조사위는 ‘쌍용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로부터 제출받은 100여건의 문건을 통해 사측의 노조 와해 공작과 경찰 등 정부 기관의 공조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 쌍용차 사태, ‘조직적 노조 와해’ 정황 드러나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쌍용차 노조 와해 문건에 대한 경위 파악에 나섰다. 앞서 범대위는 2009년 3~6월 사측이 노조 활동에 대응하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담은 100여건의 문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문건에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구조조정 요청을 받은 쌍용차 측이 경찰과 검찰, 노동부 등과 파업유도 및 노조 와해 계획을 세운 정황이 담겨있다. 즉, 파업 명분을 만들어 즉각적으로 공권력이 투입되도록 사전 협의를 했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를 위해 노조와 사측 사이에 물리적인 충돌을 유도하고, 비조합원과 경비용역을 동원한다는 계획이 적시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파업 당시 경찰은 경비용역 등의 폭력을 방관하고 이들과 함께 사실상 무력 진압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2009년 8월 5일 쌍용차 평택공장 옥상에서 벌어진 경찰특공대 무력진압 사건으로 현재까지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6월 27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김주중 씨 역시 당시 공장 옥상에서 집단 폭행을 당하고 구속까지 됐었다. 김씨는 이후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낮에는 건설현장에서, 밤에는 화물차를 몰며 생계를 이어갔다.

범대위는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와해 비밀문건을 통해 2009년 쌍용차 사태가 1980년 광주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경찰은 문건 작성자와 실행자들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동안 쌍용차 조합원들의 희생은 멈추지 않았다”며 “쌍용차가 복직 시기를 보장하겠다는 합의만 지켰더라도 30번째 죽음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범대위는 이날 2009년 구조조정의 빌미가 된 쌍용차 회계조작 의혹 국정조사도 요구했다. 아울러 ▲쌍용차 회사-경기경찰청 공모 파업유도 ▲노조파괴 사건 국정조사를 위한 특검 도입 ▲쌍용차 살인진압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쌍용차 해고자 전원 복직 등의 요구안 등 ‘쌍용차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10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지난 2009년 7월 23일 오후 경기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점거농성중이던 한 노조원이 나오자 경찰들이 연행하고 있다. <뉴시스>

◇ 조사 대상된 경찰, 17억 손배소송 끝까지 가나

특히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경찰이 제기한 17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조사위에서는 경찰의 개입 여부도 조사하고 있지만 강제수사권이 없어 사측의 협조가 없으면 입증이 쉽지 않다. 조사위는 이달 중 조사를 발표하고 경찰 권고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경찰 측의 손해배상 소송의 취하 여부도 결론이 날 전망이다.

경찰은 쌍용차 파업 당시 조합원들이 쏜 새총 때문에 헬기 등이 파손됐다며 노조와 조합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지난 6월 숨진 김씨 역시 소송 당사자였다. 해당 판결은 1심와 2심에서 경찰이 일부 승소로 결론이 났기 때문에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판결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노조는 당시 경찰 진압을 ‘살인 진압’으로 규정하고 정부와 경찰의 사과를 요구해왔다.

또한 지난 5월 11일 경찰 개혁위원회도 집회·시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는 국가 예산으로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손해배상은 고의적 손해를 가한 사람에게만 제한적으로 청구할 것을 요구했다. 경찰도 개혁위의 권고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6월 15일 개혁위가 해산한지 일주일 만에 세월호 집회에 대한 손배소송을 지속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쌍용차 노조 와해 문건을 분석했던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쌍용차 노조 와해 공작이나 당시 경찰의 조직적인 개입 및 무력 진압은 이번에 처음 드러난 내용이 아니다”라며 “당시 조합원들은 파업에 따른 법적 책임을 받았지만 경찰은 아무런 책임을지지 않았다. 경찰은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해야 하는 것은 물론 폭력 진압에 따른 사과와 국가배상 책임을 져야하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경찰이 노조와 시민단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총 6건이다. 모두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벌어진 집회다. 이중 쌍용차 노조에 대한 소송은 액수가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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