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고문이 기자회견을 갖고 당대표 및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바른미래당 9·2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들 간 공개적인 논의의 장인 TV토론회가 27일 종료됐다. 8번의 토론회를 거치면서 사실상 증명된 것은 '손학규 대세론'이었다. 그리고 '1인 2표제'라는 점을 의식해 대세론에 편승해 남은 한 표를 가져가려는 듯한 일부 후보들의 모습도 보였다.

현재 전당대회 레이스에는 하태경·정운천·김영환·손학규·이준석·권은희(기호순) 후보가 뛰고 있다. 이 중 권 후보는 여성할당제로 최고위원 자리를 이미 맡아놨다. 나머지 5명 중 3명이 지도부에 입성할 수 있으며, 1위가 당 대표에 2·3위는 최고위원이 된다.

당 안팎에서는 손학규 후보의 대세론이 이미 굳어졌다는 평가다. 바른미래당 최대 주주로 불리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의중인 '안심(安心)'이 손 후보에게 향해 있다는 분석들과 발언이 나오면서다. 여기에 다른 후보들이 손 후보에게 '올드보이' 공세를 펼치는 것이 오히려 대세론의 굳건함을 반증한다는 분석이다.

'올드보이' 공세에 가장 앞섰던 후보는 하태경 후보다. 그는 앞선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올드보이 대표가 됐다고 해서 우리도 올드보이를 뽑으면 바른미래당은 사라진다"는 발언을 자주 해왔다. 전날 TV조선에서 진행한 종편 전국 토론회에서도 손 후보를 견제했지만, 마지막에 다소 미묘한 발언을 남겼다.

하 후보는 "우리 당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가야 한다"며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손잡고 하하' 웃으며 미래로 함께 가자"고 말했는데, 이는 '안심'이 손 후보를 밀고 있다는 가정하에 '1인 2표' 중 한 표는 손 후보에게 다른 한 표는 자신에게 달라는 것이란 해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앞서 지난 8일 안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불리는 김철근 대변인은 예비경선 전에 전당대회 불출마 의사를 밝히는 과정에서 "손에 손잡고 신용을 지키자"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안 전 대표의 지지층을 향해 '손학규와 신용현을 뽑자'는 일종의 지시였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석인데, 하 후보의 '손잡고 하하'라는 발언도 이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만 하 후보 측은 이에 대해 "'손잡고 하하'라는 말은 손 후보와 표를 나눠 갖겠다는 것이 아니라 손 후보를 이기고 웃겠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손에 손잡고 신용을 지키자'와 유사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패러디한 발언으로 '안심'의 오더를 비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손학규 대세론'을 의식한 듯한 행보를 보인 것은 정운천 후보도 마찬가지다.

정 후보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내다 '광우병 파동'으로 결국 사임했는데, 당시 이른바 '광우병 괴담'에 앞장섰던 것이 당시 손 후보가 대표를 맡았던 통합민주당이었다.

하 후보는 이를 언급하며 "당시 손 후보가 한미 FTA 저지에 앞장섰는데 손 후보는 (정 후보에게) 미안하지 않나"라고 추궁하며 사과를 요구했는데, 정작 정 후보는 이날 손 후보에게 직접적으로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다.

정 후보는 "10년 전 한미 FTA를 하면 경제가 완전히 미국에 종속될 것이다, 축산 농가가 망한다, 광우병이 득실거릴 것이라고 수십 수백만 명이 데모해서 제가 책임지고 물러났다"라며 "그때 광우병 문제로 시청 앞 광장에 50여 명의 정치인들이 데모를 계속하면서 나라를 흔들었다. 그때 계신 분들은 마음속으로 지금 반성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만 언급했을 뿐이다.

이후 두 차례의 주도권 토론에서 손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할 수 있었음에도 정 후보는 권은희 후보에게 시간을 모두 투자하거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지적하는데 그쳤다. 사실 당내에서는 국민의당 출신인 손 후보와 바른정당 출신의 정 후보가 이미 연대를 했다는 관측들도 나오고 있다.

손 후보 스스로도 '손학규 대세론'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유력 당권주자가 자신의 '대세론'을 강조하는 것은 정치권에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문제는 '대세론'을 앞세워 전당대회 기간 제기되고 있는 부정선거 의혹 등에 대한 논의 자체를 피하거나 의혹을 제기한 상대방을 '윽박지르는' 것에 있다는 지적이다.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왼쪽부터)김영환·하태경·정운천·이준석·권은희·손학규 후보들이 TV토론회를 앞두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지금까지 전당대회 과정에서 거론되는 논란과 의혹만 해도 ▲안심 ▲ARS 여론조사 업체 선정 ▲여론조사 비용 과다지급 ▲당원명부 유출 등이다. 이같은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와 해명을 당원과 국민 앞에서 하는 자리가 전당대회에 앞서 열리는 토론회인데, '대세론'에 묻혀 공론화가 거의 안 되고 있다.

안 전 대표를 최근에 만났던 박주원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안심'이 손 후보로 정해져 있고,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라며 "이를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소위 당권파들이 여론조사 업체를 따로 만나고, 당원 명부도 손 후보 캠프에 유출했다는 등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준석 후보는 이같은 박 전 최고위원의 발언을 거론하며 "천하의 손학규 캠프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후보를 사퇴하겠는가"라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손 후보는 "천하의 손학규가 그런 일을 하겠는가"라며 "후보사퇴 이런 말은 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또한 "여기서 쟁점화해서 싸움을 걸려고 하지 말고, 앞으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한 다음에 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재차 "만약 선관위가 (연관됐다면)"이라고 추궁하려 하자 "만약 만약 하는데, 만약이라고 하지 말라"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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