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4일 북한인권법 시행 2주년을 맞아 국회에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 거버넌스'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 패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사진은 2016년 국회 본회의에서 북한인권법이 가결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지난 2016년 북한인권법이 어렵게 제정됐지만, 국내에서 북한인권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인권은 보편적인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와 달리 국내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진영논리로 나뉘어 갈등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 패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4일 북한인권법 시행 2주년을 맞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 거버넌스'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토론회를 주최한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을 비롯해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 강석호·김무성·김진태·송희경·원유철·이만희·이종구·정우택·정진석 의원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김영우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북한이 정상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숙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북핵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인권"이라며 "북핵 문제는 남북 및 북미회담 등이 열리고 있지만 정작 북한인권문제는 너무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우리 사회가 북한 인권을 놓고 북한인권의 실상을 국제사회에 고발해 알리고 북한정권을 압박해야 해결된다는 시각과 남북교류의 접촉면을 넓혀서 북한 주민들이 먹고살 수 있게 인도적 지원이라는 두 가지 시각이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권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이고 보편적인 가치"라며 "이런 문제를 놓고 진영 간 갈등만을 겪어서야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무성 의원은 "북한은 인간으로 누려야 할 기본권이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있는 사회"라고 지적했고, 강석호 의원도 최근 공개된 북한 함경북도 청진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여전히 강제 노동에 동원된 수감자들이 촬영된 위성사진을 거론하며 "북한이 한국과 미국과 정상회담을 몇 번 했다고 북한 정권의 잔혹한 정체성이 변하지 않는 건 잊지 말아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북한인권문제를 놓고 진보와 보수 진영이 여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통일을 이뤘던 독일, 그중에서도 서독정부가 여야를 초월해서 분단으로 인해 국민들이 겪는 고통을 완화하는 것을 최우선적 과제로 정한 것과는 다르다.

보수진영은 주로 북한 정권의 억압적 특성을 강조하며 궁극적으로는 붕괴에 가까운 체제변화 없이는 북한인권 개선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진보진영은 북한 인권문제가 북한정권을 압박하는 하나의 정치적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한반도평화체제 구축과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우선적 목표를 위해 부차적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국내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되는데 10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지난 2005년 김문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했던 북한인권법은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11년간 국회에 묶여 있었고, 2016년 3월에야 어렵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국회 재적의원 293명 중 재석 236명이 표결에 참여했고 찬성 212석, 기권 24명, 반대 없이 가결됐다. 기권한 의원 대부분은 현 민주당 의원들이었다.

지난 6월에는 북한인권법에 따라 설립된 북한인권재단이 문도 못열고 방을 뺐다. 여야 갈등 속에 이사진 구성이 미뤄지면서 재단이 출범을 못하자 통일부가 재단 사무실을 철수한다는 방침을 내린 것이다. 이로 인해 내년도 통일부 예산에서 북한인권재단 관련 예산은 올해 108억여원에서 8억원으로 92.6% 대폭 감축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최근 논란이 됐던 북한 종업원의 '기획탈북' 의혹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필요하면 국정조사까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한국당은 탈북자의 북송 문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가 북한인권 개선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소극적이라면,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된다고 해도 미국과 중국 등 주변 강대국에 한반도 질서 재편의 주도권을 넘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원웅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기조발제에서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 북한인권 관련 이슈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가 문제"라며 "북핵 협상 사례처럼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개선 담론형성 과정을 주도하는 형태로 진행된다면 향후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주도권을 상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대외적인 차원에서 북한 핵개발과 인권문제는 모두 국제제재와 북한 고립화를 초래하고 동북아 안정을 저해하는 독립적 요소"라며 "그러나 북한 차원에서 볼 때 핵개발과 인권탄압은 모두 체제유지를 위한 의도적인 전략이고 정책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핵과 인권 어느 하나가 해결됐다고 다른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구도가 아니다. 핵문제 해결이 곧바로 국내적인 억압의 강화와 내부 단속을 정당화시켜주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라며 "핵협상이 순조롭게 타결되고 국제사회와 한국의 대규모 개발지원 및 제재완화 조치가 취해져도 북한 내부의 인권문제는 국제사회 지원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북한인권 개선없이 북한이 원하는 체제안정과 제재완화, 경제개발이라는 목표는 실현되기 어려운 구도"라며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북핵과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주도권을 상실한다면 그야말로 '대한민국 패싱' 사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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