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가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와해 공작 혐의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5명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가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와해 공작 혐의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5명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가 노조 활동을 사찰하고 방해한 혐의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법원본부는 지난 8월 자체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한 달여 간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노조의 현수막 게시 및 각종 활동은 물론 집행부의 성향 등을 파악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주장이다. ‘사법농단’을 수사 중인 검찰의 압박이 조여 오는 가운데 노조 와해 의혹까지 드러나면서 사태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법원노조, 한달간 조사 끝에 “사찰 정황 확인”

지난 7월 31일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은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파일 196개를 추가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공무원노조 법원본부에 대한 사찰 의혹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법원본부는 조사팀을 꾸려 다음달인 8월 7일부터 9월 6일까지 해당 문건과 작성자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구체적인 조사 대상은 ‘사법부 주변 환경의 현황과 전망 중 법원공무원단체 내용(2014년과 2016년)’이라는 제목의 문건과 이를 작성한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판사 및 법원행정처 노조 담당자 등이다.

아울러 법원본부는 특별조사단의 추가 공개한 파일 외에 관련 자료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지난 8월 법원행정처에 정보공개청구도 했다. 그러나 같은달 법원행정처는 “정보를 특정할 수 없고 수사가 진행 중인 관계로 문건을 공개할 수 없다”고 답신했다고 법원본부는 밝혔다. 법원본부 측은 향후 다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문건을 확보할 방침이다. 

법원본부 조사 결과 법원행정처는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다방면의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법원본부 관계자는 “실제로 노조 운영위원회 때마다 인력운영실 담당자들이 노조 회의실 앞까지 내려오기도 했다”면서 “법원행정처는 각급법원 노조담당자 공용메일을 통해 현수막 게시 시 미리 보고하게 하고, 청사관리내규나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31일 지난 7월 31일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미공개 파일 일부.
지난 7월 31일 지난 7월 31일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미공개 파일 일부.

◇ 특별조사단 공개문건, 무슨 내용 있었나

노조 측이 공개한 2014년 작성 문건에서는 각급법원과 법원행정처간 커뮤니티 개설과 노사정책조정위원회 설치 등 노동조합 대응 기구를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또한 노조 간부회의 동향파악과 성명서 게시, 1인 시위, 현수막 설치, 집회 개최 시 가각의 대응 매뉴얼을 작성했다. 최고 수위 대응으로는 고발여부를 검토하라고 적시돼있었다고 법원본부는 설명했다.

노조에 따르면 같은 제목의 2016년 자료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노조 대응이 적시돼 있었다. 특히 법원행정처는 노조 가입률의 상승세 원인으로 서기보 직군을 꼽았다. 이에 신규 서기보 채용 면접에서 노조에 대한 의견을 묻는 등 신규 진입을 막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는 지적이다. 실제 법원본부 조사에서 각 기수별로 서기보 조합원들이 면접 당시 이 같은 질문을 받고 노조 가입을 망설였다고 증언했다고 노조 측은 밝혔다. 

법원본부 5대 신임집행부 본부장 김창호, 사무처장 이인섭, 조직국장 윤효권에 대해 ‘공격적’ ‘돌발행동 우려’ ‘대화가 어렵다’는 식의 성향을 파악한 문건도 발견됐다. 더욱이 문건에 적시된 당사자들은 문건 작성자로 추정되는 현직 판사에 대해 모두 모른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법원본부 관계자는 “해당 판사를 상대로 문건 작성 경위에 대해 조사했으나 ‘표현이 정제되지 못해 관련자들에게 상처나 불쾌감을 드린 것에 죄송하다”면서도 “수사가 진행 중이라 답변을 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법원노조 조합원들의 코트넷 게시판 사용에도 제한을 가한 의혹도 받고 있다. 실제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명의의 게시글은 삭제되거나 게시자에게 공문을 보내 내용을 수정하거나 삭제하라고 압박을 가했다고 법원본부는 주장했다.

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공무원노조 법원본부, 노조와해 공작 관련자 형사고발 및 부당노동행위 제소' 기자회견에서 법원본부 조석제(오른쪽 다섯번째) 본부장과 참석자들이 '양승태 구속'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공무원노조 법원본부, 노조와해 공작 관련자 형사고발 및 부당노동행위 제소' 기자회견에서 법원본부 조석제(오른쪽 다섯번째) 본부장과 참석자들이 '양승태 구속'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법원본부 “강제수사만이 진실 드러낼 수 있어”

법원본부는 이번 고발 조치에 대해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비공개는 물론 문건에서 드러난 관련자들이 각종 자료제출 거부와 면담조사 진술 거부 등으로 대처하고 있다”면서 “강제 수사가 진행돼야만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법원본부는 2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혐의 내용은 ▲노동조합·집행부 사찰 및 성향 분석 ▲조합의 법적 지위에 대한 공격 ▲조합에 대한 각종 개입(법원본부 명의사용금지, 집행부 전임 금지, 업무시간 중 노조활동 금지 등) ▲코트넷 게시글 무단 훼손 ▲신규 서기보 면접 시 노조 관련 질문 등이다. 법원본부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피고발인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와 형법 제314조 제1항 업무방해죄다.

법원노조는 “김명수 사법부 또한 진실규명에 협조한다고 천명했음에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사건 관계자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진실을 밝히는데 한계를 느껴왔다. 그간 법원본부에 가해진 불법행위에 대해 강제수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모두 엄벌에 줄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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