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명수 GS건설 사장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강남의 타워팰리스를 넘어서는 강북의 대표 부촌단지’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선보였던 주상복합아파트 '메세나폴리스'(서울 마포구 합정동ㆍ구 서교자이 웨스트벨리)가 90%를 넘는 분양율과 달리 입주율이 저조해 잔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서북권의 랜드마크’,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 등 화려한 수식어는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

▲ 분양모집중인 GS건설의 '메세나폴리스'.

12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 2008년 최상류층을 대상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주상복합아파트 메세나폴리스의 입주율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6월 말 입주가 시작됐지만 높은 분양률과 달리 입주율이 턱없이 낮아 잔금확보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는 것.
 
특히 ‘키 테넌트(핵심점포)’로 입점 계약을 완료한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인근 중소상인들의 반대로 입점 계획에 차질을 빚으면서 분양을 약속한 이들이 입주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은 2008년 7월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균형발전촉진기구 1구역에 지하 7층~지상 39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메세나폴리스'를 시장에 내놨다. 당시 브랜드는 '서교자이 웨스트벨리'였다.

주상복합 3개동 총 617가구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3.3㎡당 최고 3,515만원(평균 2,800만원)에 달해 1% 최상류층을 위한 최고가 주상복합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포르투갈 대리석, 일본산 벽지, 독일산 원목마루 등 모두 세계 최고급 수입 마감재로 채웠으며 단지 내에는 8만21㎡ 규모의 대형할인마트, 멀티플렉스 영화관, 공연장 등 상업시설 조성을 계획했다.
 
하지만 GS건설의 '화려한 옵션'에도 불구하고 1순위 분양은 흥행에서 큰 참패를 맛봤다.
 
같은 해 7월 7일 1순위 청약접수를 받은 결과, 77가구의 임대주택을 제외한 일반분양 대상 540가구 중 단 23가구만이 신청을 한 것이다. 분양가 34억원대인 최대평수 322㎡(2가구)만이 1순위 마감됐으며 그 외 평수에서는 대부분 미달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GS건설은 2011년 12월 말 아파트의 이름을 ‘메세나폴리스’로 변경했다. 

특히 미분양 물량을 털어버리고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2년간 110억원 상당의 서비스 제공 계획을 내걸었다.

연 500만원 상당의 요트 회원권 지급, 청소와 빨래를 해주는 가사도우미, 24시간 경호원 배치, 골프·요가강습, 이사비 지원 등이 포함됐다.

스타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SBS 쇼프로그램 ‘런닝맨’의 100회 특집에 메세나폴리스 내 상업시설이 협찬됐으며 KBS 쇼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출연진으로 구성된 ‘메세나야구단’을 후원해 간접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관련 업계에서는 GS건설이 90%를 넘는 분양율과 달리 입주율이 저조해 잔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심지어 입주 기간이 거의 끝나가는 현재까지도 메세나폴리스 입주율이 20%에 그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물론 메세나폴리스를 담당하고 있는 인근 부동산 업체와 GS건설 측은 이같은 업계의 의혹과는 달리 최근 메세나폴리스가 50~60% 가량 입주를 마친 상태라는 입장이다. 업계 추정치였던 20%보다는 높은 수치지만 GS건설이 그간 입주를 위해 보여준 노력에는 아쉬운 결과라는 평가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미 메세나폴리스 내 입점을 완료한 상점주들 사이에선 VVIP 입주민과 편리한 교통, 홍대 등 인근 상업지구 등으로 유동인구 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메세나폴리스 지구 내 썰렁한 기운만 감돌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우려가 떠돌고 있다.

실제 기자가 메세나폴리스 현장을 방문했던 지난 12일 저녁, 이 상업지구를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날씨 탓인지 냉기만이 감돌았으며 커피전문점과 음식점 등에만 소수의 고객이 자리했다.

롯데시네마를 비롯해 공연・식사・음료・패션 등 60여개의 다양한 브랜드가 복합적으로 입점했지만 이들 매장은 여전히 찬바람만 감도는 상태다. 

입점을 완료한 의류매장 한 관계자는 "주중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면서 "주말과 주중 점심시간에는 그나마 상홍이 나은 편이지만, 입주가 끝나더라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K씨는 "입점 전 예상했던 매출보다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면서 "홈플러스의 조기입점만이 메세나폴리스 내 상업지구의 유동인구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메세나폴리스의 임대를 확정한 매장 중 상당수가 홈플러스 입점을 전제로 매장 입점을 버티고 있다.

사정이 이쯤되다 보니 잇단 악재에 시공사인 GS건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GS건설의 ‘강남의 타워팰리스를 넘어서는 강북의 대표 부촌단지’를 만들겠다는 계획부터가 ‘무리수’였단 점을 지적했다. 강남・용산・여의도 등 중심업무 내 주상복합과 비교하면 직주근접성이 한참 떨어지고, 강북의 주변시세와도 상당한 차이를 보여 분양조건과 혜택이 아무리 월등해도 수요자를 끌어모으기에는 역부족이란 것이다.

특히 장기간 불황으로 부동산 시장이 상당히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미분양 털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물론 시공사 GS건설은 "걱정할 것 없다"는 반응이다.

GS건설 측 관계자는 "메세나폴리스에 대한 잔금비중이나 자금유동성 등은 문제될 일이 없다"면서 "시장 자체가 불황이어서 그런 것이다. 이달 말까지는 입주율 90%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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