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은진 기자] 인터넷 방송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통되는 이른바 ‘가짜뉴스’에 대해 정부가 칼을 빼들면서 일각에서는 언론·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련 규제법안을 준비 중인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라는 용어 때문에 정부의 대책이 ‘언론통제’로 오해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허위·조작정보’로 명명하기로 했다. 당내 ‘가짜뉴스대책특별위원회’도 ‘허위조작정보특위’로 변경했다.
민주당 허위조작정보특위는 17일 국회도서관에서 ‘가짜뉴스 허위조작정보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고 허위정보의 정의와 실태, 국회에서의 관련 입법 논의에 대해 토론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가짜뉴스’라는 용어 자체가 모호한 데다 명확한 기준이 없어 관련 규제가 자칫 언론 규제·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듯 “용어 자체가 ‘가짜뉴스’라고 보편화됐지만, 정확히 말씀드리면 허위로 조작된 정보에 대해 대책을 세우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가짜뉴스의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해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정권의 입맛에 따라 가짜뉴스 여부를 판단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일부 전문가들과 일부 언론에서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이것(가짜뉴스 규제)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저희도 갖고 이 문제에 임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허위조작정보와 허위조작정보 전파 매개체인 SNS에 대해서 포커싱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도 ‘가짜뉴스’와 ‘오보’는 명확히 구분해 가짜뉴스 규제가 언론의 자유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 교수는 “뉴스매체가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서 공익을 위한 권력기관 감시활동을 하는 것은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 (규제)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의혹 수준까지 가짜뉴스로 매도해서 제재·규제를 가하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뉴스는 가짜일 수 없고 허위라면 뉴스가 아니다. (허위정보의) 명칭 자체를 ‘가짜뉴스’라고 쓰는 순간 일반 언론기관의 뉴스와 혼동될 수 있기 때문에 용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허위조작정보 규제 관련 법안을 발의한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법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언론중재위원회가 허위라고 판단한 내용 또는 언론사가 스스로 정정보도를 한 경우를 ‘가짜뉴스’로 정의하면 논란의 여지를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누가 이의를 제기할 이유도 없고 논란의 소지가 될 수도 없다. 정부가 나서서 ‘진짜’ ‘가짜’를 판단하는 것처럼 오해하는데 정부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규제를 하겠다는 방침 자체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윤경 민주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짜뉴스, 허위조작 정보 유통에 대해 무엇을 하겠다는 말은 굉장히 위험한 얘기일 수 있다. 허위조작 정보의 기준이 정부 듣기에 불편한 정도에 따라 보도될지 말지 판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유신정권 시절 ‘유언비어를 때려잡자’는 구호부터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정부가 ‘유언비어 단속’을 자행하는 것을 지켜봤다”며 “허위조작의 정의를 정부가 정하는 것이 (그때와)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