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과 조명균(오른쪽) 통일부 장관은 2018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달 유엔총회에서 열릴 북한 인권 결의안에 대해 찬성 기조를 밝혔다. / 뉴시스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과 조명균(오른쪽) 통일부 장관은 2018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달 유엔총회에서 열릴 북한 인권 결의안에 대해 찬성 기조를 밝혔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문재인 정부가 내달 중순쯤 유엔(UN)총회에서 열릴 예정인 북한 인권 결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이어 조명균 통일부 장관까지 찬성 기조임을 국회에서 밝히면서다.

조명균 장관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우리 정부는 찬성이냐 반대냐'라는 이정현 무소속 의원의 질의에 "기본적으로 기권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왜 그렇게 말하는가. 찬성이라고 말하면 될 것을'이라는 이 의원의 후속 질의에 조 장관은 "북한 인권에 대해 국제사회와 우리 정부는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조 장관이 두 차례 답했음에도 만족하지 않은 듯 "찬성이냐 아니냐. 왜 복잡하게 말을 하는가"라고 재차 명쾌한 답을 촉구했다. 이에 조 장관은 "예"라며 사실상 찬성한다는 기조임을 밝혔다.

강경화 장관도 지난 10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전통적으로 컨센서스(표결 없이 동의)로 결정되는 것"이라며 "저희는 결의안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이 공동 작성 중인 새 북한 인권 결의안은 오는 31일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 제출되고 내달 15~20일쯤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EU 대표부의 올해 북한 인권 결의안은 비핵화나 남북 화해 등 다른 문제들은 다루지 않고 북한의 인권 문제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결의안이 최종 통과되면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은 2005년 이후 14년 연속 채택된다. 지난 2016년과 2017년은 컨센서스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 장관의 발언대로라면 올해 표결로 들어간다고 해도 우리 정부는 '찬성표'를 던질 전망이다.

다만 우리 정부가 이같은 찬성 기조를 끝까지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시각도 있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방점을 두면서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유엔 총회의 첫 북한 인권 결의안 표결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007년 표결에서 기권한 바 있다.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던 2006년에는 찬성했다.

북한은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강 장관의 발언을 인용하며 "대화와 평화의 분위기를 귀중히 여긴다면 제정신을 차리고 온당하게 처신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여기에 범여권 중심으로 대한민국 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원하는 분위기와 연계해 우리 정부를 압박하거나 '남남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국제 보편적 질서(인권)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빠져나가기 힘들다"며 "나중에 가서 입장을 바꾸면 나라로서도 체면이 안 서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 국민도 '국가라는 것이 왜 있는가'에 대해 잘 생각해야 한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방문 여부는 '국가란 왜 있는가'보다도 훨씬 뒤떨어진 문제다. 당장 이벤트 때문에 본질적인 가치를 뒤로 넘긴다면 정상적인 국가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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