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30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통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자유한국당은 30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통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자유한국당이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발의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의 평양남북공동선언문과 군사합의서 비준, 통일부의 탈북민 출신 기자 취재배제 문제 등을 해임결의안 명분으로 내세웠고,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 발언이 막판 추동력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해임건의안 발의 배경에 대해 "북한 출신 기자라는 이유로 취재를 불허한 것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인권문제와 차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보수 공사비용도 100억원인데 9,000만원으로 국회를 속인 것도 통일부 장관으로 납득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리 위원장의 '냉면' 발언 논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정진석 한국당 의원의 질의로부터 시작됐다. 정 의원은 조 장관에게 "지난달 19일 평양공동선언 발표 직후 평양 옥류관 오찬 행사 당시 리 위원장이 난데없이 대기업 총수들이 모여 냉면을 먹는 자리에 와서 정색하고 '아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했다. (이 내용을) 보고받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조 장관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리 위원장이) 불쑥 온 건 아니고 그 자리에 있었다"라며 "북측에서 남북관계에 전체적으로 속도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북한이 지지부진한 남북경협 속도에 불만을 표출했는데, 조 장관이 이를 문제 삼기보다는 오히려 해명한 셈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당은 강력 항의에 나섰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상소리도 이런 상소리가 있을 수 없다"며 "우리나라 기업 총수들이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에게 냉면 한그릇 먹으려고 반강제로 끌려간 사람들 앞에서 대한민국이 우스워졌다"고 맹비판했다.
 
이어 "무례와 천박함이 북한의 본모습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명색이 글로벌 기업 총수들에게, (총수들이) 가고 싶어 갔나"라며 "반강제로 데려갔으면 이런 모멸은 당하지 않도록 정부가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북군사합의특별위원장인 김영우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도와주면서도 뺨을 맞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며 "북한 리선권의 무례, 문재인 정부의 굴종적 평화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선권의 위세가 어디서 나왔을까. 그것은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자신감이다. 여기에 민족끼리 정신만 믿고 남북교류와 남북경협에만 매달리는 문재인 정부의 저자세 대북태도가 겹쳤다"며 "리선권의 사과 없이는 개성연락사무소도, 남북대화도 순탄치 않다는 것을 문재인 정부는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리 위원장의 '막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4선언 11주년 평양 공동행사 때 조명균 장관이 '고장 난 시계'를 이유로 2∼3분 늦게 나타나자 리 위원장은 "시계도 주인을 닮아서 저렇게"라며 비아냥대기도 했다.
 
한국당의 다음 과제는 바른미래당을 설득하는 것이다. 헌법 제63조에 규정된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으로 발의할 수 있기 때문에 112석인 한국당은 단독으로 발의할 수 있다. 하지만 의결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 과반 의석이 필요하다. 한국당과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과 친(親)한국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 4명(강길부·서청원·이정현·정태옥), 바른미래당 26명(비례대표 4인 제외)을 모두 합해도 143석이다. 비록 통과는 되지 않더라도 찬반이 비슷하게 나와야 장기전으로 이끌 수 있다.
 
다만 바른미래당은 현재까지 조 장관 해임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분위기다. 이 때문에 한국당은 리 위원장의 '냉면' 발언을 내세우며 바른미래당에 공동전선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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