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차기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와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 뉴시스
자유한국당 차기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김 비대위원장과 전 위원이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자유한국당 내 친박(잔류파)-비박(복당파) 간 갈등에 이어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 비상대책위원회와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곽에서는 홍준표 전 대표가 "더이상 서로 총질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당의 내홍으로 당으로선 '불편한' 홍 전 대표의 복귀 입지만 넓혀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탄핵정국-전대시기 놓고 '몸살'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은 최근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 충돌했다. 전 위원은 보수대통합을 염두에 둔 통합전대를 하려면 비대위 활동기간을 내년 6~7월까지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비대위에 전했다. 그러나 김 비대위원장은 "당 안팎에서 자꾸 비대위 활동 기간이 더 늘어질 수 있다는 얘기들이 들린다"며 "조강특위를 비롯해 모든 하위 기구들이 이 일정에 맞춰달라"고 말했다. 전대 연기론을 일축하고 전대 시기를 2월말 전후로 못박은 것이다.
 
전 위원으로선 김 비대위원장으로부터 '전권'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영입됐는데, 여기저기서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셈이다. 지도부와 중진의원들도 전대 연기론에 반대하며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7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상황은 비대위에서 결정된다"며 "전 위원은 상당히 개성있는 보수논객이었는데, 그런 분의 입장으로서 자신의 소신과 입장을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 주장을 '사견'으로 규정한 것이다. 정우택 의원도 전날 "주위에서 자꾸 전당대회가 3월에도 어렵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이제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 대표가 모든 것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조속한 전대 개최를 촉구했다.
 
지난달 31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둘러싼 친박-비박 간 내홍이 재연되기도 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탄핵 문제는 정리하고 갈 부분이지만 적절한 시점인가"라며 일단 진정시켰지만, 계파갈등이 언제든 재발할 여지는 남았다는 관측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7일 탄핵정국 등을 둘러싼 당 내홍에 대해 "친박-비박 모두의 공동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은 홍 전 대표가 지난 9월 미국에서 돌아와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7일 탄핵정국 등을 둘러싼 당 내홍에 대해 "친박-비박 모두의 공동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은 홍 전 대표가 지난 9월 미국에서 돌아와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 홍준표 "친박-비박 공동책임"

논란이 커지자 홍준표 전 대표는 7일 "박근혜 탄핵 때 누가 옳았냐 하는 소모적 논쟁은 이제 그만하라"며 "탄핵을 막지 못한 친박이나 탄핵을 찬성한 비박이나 모두 공범인 공동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하나된 보수·우파가 아니라 적보다는 아군끼리 서로 총질하는 이전투구 보수·우파를 안고서는 우리가 염원하는 세상을 만들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좌파 광풍시대를 계속 연장하는 기막힌 현실을 만들어 갈 뿐"이라며 "과거의 공과는 역사의 판단에 맡기고 서로 하나 돼 대한민국과 한국 보수·우파 재건에 한마음이 되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홍 전 대표는 최근 보수 성향 포럼 '프리덤코리아'의 연내 발족과 개인 인터넷 방송인 'TV 홍카콜라' 등을 추진하며 정계복귀의 발판을 닦고 있다. 특히 내년 전대 출마보다는 '네이션 리빌딩(국가 재건)'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며 대선 출마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한국당 지도부로선 홍 전 대표의 등판이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당은 지난 대선과 6·13 지방선거 패배 요인 중 하나로 홍 전 대표의 '막말'을 꼽고 있다. 제명이나 당 윤리위원회 제소 등 홍 전 대표의 정치행보에 제동을 거는 조치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 내홍이 길어지면 당 스스로가 홍 전 대표의 복귀 명분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편 '홍준표 저격수'를 자임하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홍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 보수를 양아치 수준으로 전락시킨 장본인이 바로 홍준표"라며 "홍 전 대표는 이제 그만 보수를 떠나달라"고 촉구했다.
 
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 이후 보수가 망가진 결정적 원인은 홍 전 대표 때문"이라며 "(홍 전 대표는) 보수에서 품격이란 단어를 완전히 빼앗아 간 분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국민에 의해 탄핵당했다면 홍 전 대표는 보수의 이름으로 탄핵돼야 할 사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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