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수출 전문기업 한세그룹이 핵심 계열사의 부진에 시름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인 3명 중 1명은 한세실업의 옷을 입습니다'라는 문구로 유명한 한세실업의 광고 포스터. / 한세실업
의류 수출 전문기업 한세그룹이 핵심 계열사의 부진에 시름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인 3명 중 1명은 한세실업의 옷을 입습니다'라는 문구로 유명한 한세실업의 광고 포스터. / 한세실업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의류 수출 전문기업 한세그룹이 시름에 빠졌다. 국내외 전체 33개 계열사의 든든한 대들보 역할을 해야 할 핵심 계열사들의 최근 사정이 변변치 못해서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지주사 한세예스24홀딩스를 포함해 상장 및 비상장 자회사들이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 주춤하는 상장 계열사 ‘흔들리는 대들보’

나이키, 갭 등 글로벌 브랜드의 OEM 생산을 맡고 있는 한세실업과 예스24로 유명한 한세그룹. 본업인 의류를 넘어 출판과 인터넷 사업으로까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중견그룹으로 발돋움한 한세그룹의 기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우선 지주회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가 주춤하고 있다. 종속기업에 대한 주식 소유를 통해 국내회사의 사업을 지배하고 있는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84억원 수준으로 2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1,121억원이던 당기순이익도 604억원으로 동반 하락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동안 9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이어가는 등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지주사와 같은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이자 그룹의 간판 역할을 하고 있는 한세실업의 사정도 매한가지다. 1,500억을 바라보던 영업흑자 규모는 지난해 565억원으로 급락했다. 급기야 올해 어닝쇼크를 경험했다. 한세실업의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경쟁 과열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인해 지난 1분기 영업적자(140억원)가 발생했다. 한세실업이 분기 적자를 본 건 2009년 지주회사와 인적분할한 뒤 처음이다.

2003년 인수한 예스24도 적자의 수렁에 빠졌다. 2년 연속 영업손실 발생 가능성이 커지면서 ‘만년 흑자 기업’이라는 타이틀에 생채기가 불가피해졌다. 올해 2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손실이 36억에 달해 지난해 최종 영업적자(9억)를 넘어선 손실을 안길 것으로 점쳐진다. 같은 기간 47억원의 누적 당기순손실이 쌓이면서 ‘쌍끌이’ 최대 적자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 빚더미에 앉은 에프알제이, 정상화 ‘잰걸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건 이들 상장 기업들 뿐만이 아니다. 한세예스24홀딩스에 종속된 비상장 자회사도 그룹의 시름을 덜어주기엔 역부족이다. 그나마 안정적인 경영을 지속하고 있는 동아출판(출판업)과 한세드림(유아동복)를 차치하고 에프알제이가 경영 정상화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한세그룹은 2015년 국산 진 브랜드인 FRJ를 보유한 업체 에프알제이를 인수하며 성인 의류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아직 그 성과가 미진한 편이다.

높은 부채비율과 자본잠식에 빠져 기업 건전성이 온전치 못한 상태다. 인수 첫 해인 2015년 에프알제이는 수십억 가량의 당기순손실에 따른 잉여금 축소와 유상감자로 인해 자본총계가 줄면서 부채비율이 2,299%까지 치솟았다. 축소된 자본은 에프알제이를 자본잠식(자본잠식률 66%)의 수렁에 빠뜨렸다.

이듬해 13억원 가량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결손금이 전년 대비 204% 증가한 54억원으로 치솟으면서 자본총계가 1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이는 에프알에지의 부채비율을 1만1,764%로 수직 상승시키는 뼈아픈 결과로 이어졌다. 덩달아 자본잠식률(96.7%)도 빠르게 진행됐다.

한세그룹의 ‘에프알제이 구하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또 다시 2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부채비율은 560%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자본잠식률도 68.7%까지 감소했다. 영업적자도 4억원까지 줄어 적자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도 한세그룹에게는 희망적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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