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경찰,소방 관계자가 화재감식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기준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을 입었다. /뉴시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경찰, 소방 관계자가 화재감식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을 입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재 기자] 서울 종로에 있는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을 당했다. 화재 장소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데다 거센 불길 탓에 출입구가 봉쇄돼 피해가 더욱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종로소방서에 따르면 9일 오전 5시쯤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 있는 한 고시원 3층에서 불이 나 2시간 만에 진화됐다. 불은 3층 출입구에서 시작됐으며, 출입구에 가까운 301, 302, 303호의 피해가 컸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이 불로 고시원 3층과 옥탑방 거주자 7명이 숨지는 등 20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8시 30분 기준 사망자 수는 6명으로 파악됐으나, 이후 1명이 늘어 총 7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도 위독한 부상자들도 다수인 것으로 전해져 사망자 수는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사상자의 대부분이 50~60대 생계형 일용직 노동자로, 72세 부상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 잠든 시간대에 화재가 발생해 빠른 신고 및 대피가 어려웠다고 당국은 밝혔다.

해당 건물은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로, 1층은 일반음식점, 2∼3층은 고시원으로 이뤄졌다.  소방당국은 소방관 100여명과 장비 30대를 투입해 오전 7시쯤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다.

당국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지은 지 오래돼 스프링클러가 없다. 다만 비상벨과 단독 경보형 방지기, 탈출용 완강기 등이 갖춰져 있었지만 작동 여부는 확인이 안 된 상황이다. 다만 고시원에서 탈출한 사람들의 진술에 따르면 비상벨이 울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완강기가 작동되지 않아 화재를 피하기 위해 3층에서 뛰어내린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혁민 종로소방서장은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건물이 노후화됐고 과거에 설치돼 스프링클러가 없고 자동경보설비만 갖춰져 있었다”면서 “화재 발생 당시 설비들이 정상 작동했는지는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상구는 주출입구 1곳이고, 완강기가 있었지만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다”며 “심야 시간대라 신고가 늦어지고 출입구가 봉쇄됨에 따라 대피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감식반을 투입하고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 확보 등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화재 현장을 방문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김 장관은 사상자 신원 파악을 위해 전담직원을 배치하고 유가족 편의 제공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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