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가 9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촉구하고 있다. /강성석 목사 제공
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가 9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촉구하고 있다. /강성석 목사 제공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한 국가는 이스라엘, 호주, 독일, 호주, 스페인, 이탈리아, 중국, 미국(30개 주) 등 29개국이다. 나아가 올해만 해도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고, 영국은 이달 1일부터 처방이 시작됐다. 의료용 대마를 처음으로 합법화한 국가는 1992년 이스라엘이다. 이어 1996년 미국 켈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의료 곳곳에서 합법화가 추진됐다.

그러나 한국은 1976년 대마 관리법 제정에 이어 2000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거치며 대마는 향정신성의약품과 함께 마약류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현행법상 아편과 모르핀, 코카인 등 중독성이 강한 마약류는 의료 목적의 사용을 허용하면서도 대마는 여전히 예외로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도 올해 1월 신창현 의원이 의료용 대마를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합법화 논의가 시작되긴 했다. 5월엔 MBC 시사 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서 뇌전증을 앓고 있는 아이를 위해 대마 추출 성분 칸나비노이드(CBD) 오일을 해외직구 했다가 검찰에 불려간 황주연 의사의 사연이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여전히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혹여나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까 의료용 대마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과 가족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에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촉구하는 단체가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 “한국만 대마로부터 고립...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국내 의료용 대마 합법화 추진 모임인 ‘한국카나비노이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의료용 대마 오일을 해외에서 구입하다 마약 밀수 혐의로 세관에 적발된 건수는 80건에 달한다. 이중 상반기에 검찰에 수사의뢰 된 사안만 38건이다.

의료용 대마를 들여오다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는 환자 및 가족들을 지원해온 한국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9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용 대마 합법화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운동본부는 “대마오일은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통해 뇌전증, 자폐증, 치매 등 뇌와 신경 질환에 효능이 됐다”면서 “한국과 비슷하게 마약을 엄격하게 다루는 중국과 일본 또한 대마오일은 합법화됐지만 한국은 스스로 대마로부터 고립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운동본부는 치료용 대마를 필요로 하는 환자와 가족들의 사례를 조사해 국회에 제보, 지난 1월 일명 ‘오찬희 법’ 발의를 이끌었다. 해당 법안은 2015년 19대 국회에서 정부입법으로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현재 신창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 심사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5월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서 소개된 황주연 의사 부부의 사연. 황씨 부부는 난치성 뇌전증을 앓고 있는 아이를 위해 CBD오일을 해외직구 했다가 세관에 걸려 강도높은 검찰 조사를 받았다. /MBC 실화탐사대 방송 캡처
지난 5월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서 소개된 황주연 의사 부부의 사연. 황씨 부부는 난치성 뇌전증을 앓고 있는 아이를 위해 CBD오일을 해외직구 했다가 세관에 걸려 강도높은 검찰 조사를 받았다. /MBC 실화탐사대 방송 캡처

이에 대해 운동본부 대표 강성석 목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오는 12일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면 다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해야 한다”면서 “지금 계류 중인 법안도 신창현 의원이 발의했던 것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됐다. 환자들은 수정된 법안이라도 통과되길 기다리고 있다”며 신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앞둔 법안은 일부 내용 수정을 거쳐 보건복지부장관 명의로 발의된 상태다. 때문에 위원회 심사는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에서 가로막힐 경우 또 다시 법안은 휴지조각으로 돌아간다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이다.

강 목사는 “문제는 국회다. 국회에서는 아직도 대마를 마약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들이 많다”면서 “대마보다 훨씬 위험한 성분의 약들은 지금도 처방이 되고 있는데 오직 대마만 안 되고 있다. 국회가 이 문제를 환자들의 생존권 문제로 다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검찰에서도 의료용 대마에 대해 조금씩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긴 하다”면서도 “하지만 적발되면 약은 압수되고,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없게 된다. 언제까지 환자와 가족들이 이렇게 지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의료용 대마 시장은 2025년 558억 달러(약 63조6,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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