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들이 사법 농단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의 '탄핵'을 공식 제안했다. /뉴시스
현직 판사들이 사법 농단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의 '탄핵'을 공식 제안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의 탄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간 사법행정권 남용의혹과 관련해 법관탄핵을 논의하는 간담회 등은 열린 바 있지만, 판사들이 직접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경환 지원장을 비롯한 권형관·박노을·박찬석·이영제·이인경 등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6명은 오는 19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의 탄핵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전국법관대표회의 결의안 발의 제안’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형사법상 유무죄 성립을 떠나 위헌적 행위였음을 우리 스스로 국민들에게 고백해야 한다”며 이 같이 제의했다.

하지만 실제 법관회의에서 탄핵 촉구 결의안이 본격적으로 다뤄질지는 알수 없다. 발의 기한인 12일이 지난 탓에 회의 당일 법관대표 10명 이상이 현장에서 발의한 안건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충격효과가 큰 사안인 만큼 발의가 되더라도 출석한 법관대표 과반의 찬성을 얻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판사 6명은 “전체 판사들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면서 “법관 일동은 평정심을 가지고 재판에 임하면서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연루 판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절차가 종료되기까지 아직 요원하다”면서 “무엇보다 형사절차에만 의존해서는 형사법상 범죄행위에는 포섭되지 않는 재판독립 침해행위에 대해 아무런 역사적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넘어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양승태 대법원이 정부 관계자와 비공개 회동을 통해 재판 방향을 논의한 것과 특정 판결방향을 주문하고 재판진행에 의견을 제시한 행위는 명백한 재판독립 침해행위”라며 “지금 시점에서 판사들이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행동은 국회에 탄핵소추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법관회의에서 탄핵 촉구를 의결하면 국회에서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는 지난달 30일 권순일 대법관,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현직 법관 6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초안을 작성해 국회에 전달한 상태다.

한편 헌법상 법관은 독립이 보장되기 때문에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회의 탄핵 절차를 통해서만 파면시킬 수 있다. 탄핵소추 요건은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로 정하고 있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이 탄핵 소추안을 발의해 본회의에서 과반수가 찬성하면 판단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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