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한러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한러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 보다 먼저 한러 정상회담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상회담 ‘지각대장’으로 유명한 푸틴 대통령의 이례적(?)인 모습에 취재진도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4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2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30분 기다리게 했던 전례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9월 러시아에서 개최된 한러 정상회담 당시 푸틴 대통령을 30분 넘게 기다렸던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 장소인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 도착한 시각은 14일 오후 4시 32분 경이다. 아세안 정상회의 등 일정이 조금씩 지연되면서 예정보다 다소 늦게 시작됐다. 약 1분 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우리 측 인사들이 회담장에 들어왔고, 문재인 대통령은 4시 37분 경 입장했다. 푸틴 대통령이 5분 정도 문 대통령을 기다린 셈이다.

양 정상은 모두발언을 통해 한러 협력관계 발전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교류 확대에 의지를 보였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만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도 관심을 나타났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큰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서 푸틴 대통령의 관심과 지원이 큰 힘이 됐다”고 화답했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중앙정부를 넘어 지방정부까지 확대된 한러 협력 필요성에 공감했으며, 북한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눴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조처에 진전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며 “문 대통령은 북한이 좀 더 과감하게 비핵화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다 공개하기는 어렵다. 현재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 두 분이 가지고 계신 생각과 평가를 서로 교환하는 그런 솔직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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