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고용동향 조사 결과 영세자영업자의 수가 1년 전에 비해 10만명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폐업한 상점 앞을 지나가는 시민의 모습. /뉴시스
10월 고용동향 조사 결과 영세자영업자의 수가 1년 전에 비해 10만명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폐업한 상점 앞을 지나가는 시민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스스로가 경영주체인 자영업자와 구조조정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 소상공인업계에서는 ‘자영업자 구조조정’이라는 표현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자영업자 숫자의 감소세가 확연해지고, 특히 영세자영업자들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시장에서 도태되는 경향이 나타난 결과다.

◇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감소세 뚜렷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국내 비임금근로자의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만5,000명이 줄어들었다.

우선 영세자영업자로 분류되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 8월 12만4,000명, 9월 11만7,000명 줄어든(전년 동월 대비)데 이어 10월에도 10만1,000명(2.5%) 감소했다. 10월 기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수는 401만9,000명으로 5년 전에 비해 15만명 적다. 자영업주인 부모·배우자와 함께 일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무급가족종사자 또한 10월 중 3만명 줄었다(전년 동월 대비).

영세자영업자의 수는 경기가 어려울 때 유달리 더 크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2008년 전체 자영업자의 74.38%를 차지했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09년에는 73.35%로 1%p 이상 떨어진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2017년 71.70%).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수는 늘어나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수는 줄어드는 최근 동향을 두고 ‘자영업자 구조조정’이라는 해석이 나왔던 이유다.

한편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수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감소했다. 감소 폭 자체는 4,000명(0.3%)으로 적지만 그 동안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양질의 일자리’ 중 하나로 분류돼왔다는 점에서 상징성을 가진다. 다만 지난 1년여 간 그 숫자가 꾸준히 늘어왔다는 점, 그리고 일자리 안정자금(30인 미만의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가 지원대상) 등 정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론’을 펴기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 “폐업 자영업자 지원” 발표에 “폐업 안하게 해 달라”

제조업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자영업자 수가 늘어난 사례는 있지만, 국내 자영업자 수는 21세기 대부분의 시간 동안 꾸준한 감소세를 유지해왔다. 이 현상을 두고 ‘자영업자 구조조정’ 이론이 제기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 자영업 시장이 과포화 상태라는 분석에 있다. 40~50대의 재취업이 어려운 사회 풍조와 일부 업종(도매·소매업 및 숙박·음식점 등)의 창업이 지나치게 쉬운 구조로 인해 국내 자영업 시장은 경쟁과열 상태에 놓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내수시장의 부진이 계속된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등의 변수가 발생하자 사회변화에 취약한 영세자영업자들이 자영업 시장에서 내몰려났다는 해석을 낳는다.

중앙대학교 류덕현 교수는 지난 2015년 7월 발표한 ‘국제비교를 통한 우리나라 자영업 규모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서 1인당 국민소득과 실업률, 조세부담률 등 관련 통계를 바탕으로 실증분석을 진행한 결과 한국의 자영업자 수가 적정규모보다 30~40% 가량 많다고 밝혔다. 2001년 28%였던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2017년에는 21.2%로 상당히 낮아진 상태지만, 이 결과대로라면 자영업자 수의 감소세는 앞으로도 수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자영업자 수는 많은 편이다. 한국의 2010~2013년 평균 자영업자 비율은 22.93%로 OECD 전체 5위였다. 프랑스·독일·영국은 모두 자영업자 비율이 10% 초반이었으며 미국과 일본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경제규모가 비슷한 나라 중에선 이탈리아(23.60%·OECD 4위)가 유일하게 한국과 비슷했다.

문제는 경쟁에서 패배해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갈 곳이 없다는데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8월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에 사업자 폐업·철거비용을 지원하고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는 오히려 “소상공인 퇴출 전략이 본격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해소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영업자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 차이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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