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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3법 난항] 한유총의 표심에 국회의원 '표리부동'
[유치원 3법 난항] 한유총의 표심에 국회의원 '표리부동'
  • 은진 기자
  • 승인 2018.11.1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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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주최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정책토론회에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주최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정책토론회에서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회계비리로 적발된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면서 당장이라도 통과될 것처럼 보였던 이른바 ‘유치원3법’이 표류하고 있다. 국정감사 당시 여론이 들끓자 여야는 올해 안으로 유치원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입을 모았지만, 정작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교육위원회 문턱을 넘지도 못했다.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정치권 로비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쟁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박 의원의 폭로로 사립유치원의 대대적인 비리 실태가 밝혀졌을 때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응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당은 아니지만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파헤친 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수고가 많으시다”고 했고,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차제에 관련 상임위를 중심으로 해서 저희들이 면밀하게 검토해서 입법적 불비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속히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유치원3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고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자 한국당 내부 기류가 바뀌었다. 교육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한국당 차원의 독자적인 유치원법을 마련할 때까지 법안 심사를 미뤄달라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곽상도 의원 주도로 관련 법안을 준비해 다음 달 초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연내 처리가 불가능해진 셈이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한국당의 입장도 미묘하게 달라졌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15일 당 공식 회의석상에서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운다고 전국 유치원 아이들이 75% 사립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상황에 사립유치원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매도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사립유치원을 무턱대고 비리적폐로 모는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와 제도개선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홍문종 한국당 의원은 자신이 주최한 한유총 정책토론회에서 “법이 문제지 여러분이 잘못한 게 뭐가 있느냐”고 발언해 논란을 산 바 있다. 홍 의원은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실질적으로 90% 이상의 유치원이 영세하다. 유치원이 일탈할 수 있는 비용이라는 게 일부 학부형들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엄청난 것도 아니다”라며 “유치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불법이나 탈법 형태가 일반 회사나 다른 기관에서 일어나는 것에 비하면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다”고도 했다.

한국당과 한유총은 유치원3법 중 교비 회계를 교육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유아교육법 개정안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은 사립학교 설립자의 개인사업이자 사유재산의 측면도 있기 때문에 개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세금인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받는 사립유치원을 과연 개인의 ‘사유재산’으로만 볼 수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 민주당 내서도 ‘딴소리’… 추진력 하락

이처럼 한국당의 입장이 돌변한 데에는 예산정국에서 유치원3법을 ‘협상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관측이다. 여당인 민주당에서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문제인만큼 예산안 협상에서 야당이 입지를 확보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역구 민심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부분의 사립유치원 원장이 속해있는 한유총은 국회의원 각 지역구에서 막강한 조직력과 입김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유총 지역연합회장과 공조가 되면 선거 때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수희 한국당 비대위원도 “우리 국회의원들이 유치원 이해단체들의 위세에 눌려있었던 것도 인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보통 유치원에 원생이 100명 정도 있고, 부모는 200명 정도 있어서, 유치원 원장 1명이 200명의 유권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래서 국회의원은 물론 지자체장까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유치원 문제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인 셈이다.

일단 민주당은 유치원3법을 우선 처리한 후 한국당의 추후 입장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속도를 내자고 한국당을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위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것은 차일피일 미룰 문제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공공성이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에 대해서 합의를 한다면 그것을 우선 처리하고, 일부 사립유치원에서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서 보완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논의를 하면 된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이견이 도출되면서 지지부진한 논의에 추진력이 더 떨어진 상황이다. 오제세 의원은 개인 페이스북에서 “어린이집, 사립유치원, 노인 장기요양기관은 최초 개인 투자 재산으로 이뤄진 것이다. 저는 국감에서 사유재산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투자분에 대한 수익을 보상하는 방안을 국가가 마련하라고 촉구했다”고 당론과는 동떨어진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