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신제품 부품 주문량 삭감 나서
시장 침체ㆍ판매량 부진에 생산량 축소

애플이 신제품 부품 주문량을 삭감했다. 예상보다 저조한 판매량으로 인해 목표한 생산량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사진은 아이폰XS. /애플 홈페이지
애플이 신제품 부품 주문량을 삭감했다. 예상보다 저조한 판매량으로 인해 목표한 생산량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사진은 아이폰XS. /애플 홈페이지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애플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고가 정책에 대한 비판에도 ‘하루 1달러’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애플이 최근 신제품의 부품 주문량을 줄였다. 아이폰 판매가 부진한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1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이 신제품 부품 주문량을 삭감했다. 예상보다 저조한 판매량으로 목표한 생산량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 9월 출시한 △아이폰XS △아이폰XS맥스 △아이폰XR 등 3종의 부품 주문을 모두 축소했다.

애플은 이달 초 아이폰XR의 추가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아이폰XS 시리즈 주문량까지 조정한 상태다. 아이폰XR의 경우 기존 주문량(7,000만대)의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했다. 신제품의 판매가 애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 제조를 담당하는 대만의 하청업체 폭스콘과 페가트론에 아이폰XR 추가 생산 계획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는 그간의 행보와 사뭇 대조돼 주목된다.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침체에도 고가 정책을 유지하며 판매에 자신감을 보여왔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미국 ABC에 출연해 “1,000달러를 웃도는 제품이라도 하루 1달러만 내면 살 수 있다”며 “소비자들은 혁신적인 제품을 원한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가는 저렴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출고가를 올려도 소비자들이 충분히 대가를 지불하고 아이폰을 구매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아이폰 판매량은 지속 부진, 결국 애플은 4분기부터 판매 실적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후 애플의 주가는 급락했다. 19일(현지시각) 장마감 기준 185.86달러로 주저앉았다. 전날 대비 3.96% 하락했다. 

더 큰 문제는 애플의 실적이 스마트폰 시장 전반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애플의 부품 공급사들은 4분기 실적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아이폰 페이스ID 기능을 표현하는 ‘3D 센싱 레이저’ 제공업체 루멘텀홀딩스는 4분기 매출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최대 4억3,000만달러)에서 7,000만달러를 낮췄다.

루멘텀홀딩스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그 배경에 대해 “가장 큰 고객사가 출하량을 줄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해당 고객사가 애플이라고 보고 있다. 또 다른 공급사인 재팬디스플레이도 ‘스마트폰 수요 둔화’를 이유로 실적 전망치를 축소했다. 재팬디스플레이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 애플을 통해 발생하고 있어 주가까지 하락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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