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전교조 합법화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노동계가 요구하고 있는 법외노조 직권취소 여부는 재차 일축했다. /뉴시스
청와대가 전교조 합법화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노동계가 요구하고 있는 법외노조 직권취소 여부는 재차 일축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청와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은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그러나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계획은 꽤 복잡하다. 현재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법 개정을 통한 합법화 추진”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대법원 판단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법원에서 기존 판결을 뒤집을 경우 법 개정에 탄력이 붙겠지만, 반대 경우라면 사실상 법 개정은 어려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법 개정” 언급한 정부, 가능할까?

대통령 직속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출범식이 열린 22일 청와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 노조 철회 문제를 법 개정을 통해 풀 뜻을 밝혔다. 이는 동시에 지난 6월 밝혔던 대로 직권취소를 통해 해결하진 않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지난 20일 경사노위는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과 활동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익위원안’을 내놨다. 해고자의 노조 활동을 제한하지 않는 ILO 핵심협약 87호에 어긋나는 관련법을 개정하라는 취지다. 법이 개정되면 박근혜 정부 당시 해직자를 노조원으로 받아들였다는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던 전교조는 다시 합법 노조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선 후보 시절 “임기 초반에 법외 노조를 철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취임 후 현재까지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약속을 미뤄왔다. 그러나 전교조 재판은 양승태 전 법원행정처 시절 재판 개입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에 전교조는 사법농단 진상규명과 함께 정부가 직권으로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를 할 것을 촉구해왔다.

이와 달리 직권취소 가능성을 일축했던 청와대가 전교조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언급한 것은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때문이다. ILO 핵심 협약은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공무원 등 노동 3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22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ILO 핵심 협약 비준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라며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 관련법을 이번 정기 국회에 통과한다는 게 현재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현실적으로 법 개정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에서 전교조 합법화는 물론 ILO 협약 비준에 협조해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결국 청와대로서는 대법원의 판단을 통한 법 개정 추진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교조가 지난 21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외노조 직권 취소와 해직교원 복직,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폐기를 촉구했다. /전교조
전교조가 지난 21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외노조 직권 취소와 해직교원 복직,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폐기를 촉구했다. /전교조

◇ 대법원에 ‘조속한 판단’ 촉구한 정부 ‘왜’

현재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소송은 ‘법외노조 통보 취소의 소’인 본안소송과 법외노조 처분의 효력정지 신청 등 2개가 진행 중이다. 두 사건 모두 2016년부터 2년 넘게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본안소송은 1심과 2심에서 전교조가 패소했지만 효력정지 소송은 1심과 2심에서 전교조가 승소했다.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파기환송했지만 고등법원에서 다시 전교조가 승소했다.

이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농단이 불거지면서 전교조 사건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당시 법원행정처는 전교조 소송의 재항고이유서 등을 대필해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청와대 관계자의 진술이 나왔고, 검찰은 이 관계자가 윗선으로 임종헌 전 차장을 꼽았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지난 9월 대법원에 전교조가 제기한 법외노조 처분의 효력정지 신청에 대해 신속한 판단을 바란다는 취지의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고용노동부 측은 당시 대법원에 낸 준비서면에서 “본안소송 판단이 시일 내 내려지기 어렵다면 효력정지 여부에 대해 최대한 조기에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상반기 ILO 핵심협약 비준을 염두에 둔 정부가 대법원에 이 같은 준비서면을 보낸 것은 사실상 전교조 측의 입장을 대변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만약 대법원의 고민이 길어지거나, 혹은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경우 정부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에 전교조 측은 ILO 협약과 전교조 법외 노조 철회를 분리해 처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는 지난 21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은 2013년 10월 24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에 악용되었던 독소조항으로, 정부가 의지만 가지면 국무회의를 통해 당장 폐기시킬 수 있는 것”이라며 “더욱이 지난 8월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도 ‘노조 아님 통보’의 과정에 부당한 압력이 존재했다며 법외노조 통보를 즉시 취소할 것을 권고 한 바 있다”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이를 이행하지 않는 정부는 대놓고 적폐 청산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며 “법외노조 즉각 취소와 해직교사 원상복직을 쟁취하기 위해 오는 27일부터 48시간 집중행동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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