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통신사는 통신 재난에 대한 협력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KT아현지사에서 소방당국이 화재 감식을 진행하는 모습. /뉴시스
정부와 통신사는 통신 재난에 대한 협력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KT아현지사에서 소방당국이 화재 감식을 진행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인류가 문명화 될수록 통신에 대한 의존도는 커진다. 통신 서비스가 개인의 삶 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통신 서비스가 중단되는 상황은 재난에 가깝다. 이번 KT 아현지사 화재 역시 마찬가지다. 통신이 끊기면서 일부 고객은 재난 문자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하지 않은 탓이다. 

◇ 사상 초유의 통신 재난… 왜 생겼나

KT 아현지사 화재로 통신재난 심각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지난 24일 오전 11시12분께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빌딩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 27일 현재까지도 100% 복구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서울 서대문구뿐 아니라 △중구 △용산구 △마포구 △은평구 △경기 고양시 일부 등에서 통신 장애가 계속되고 있다. 

일대에서 KT를 사용하던 통신 고객 대부분의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해지면서 불편을 겪어야 했다. KT 통신을 사용하는 카드사의 카드 결제 및 은행 자동화기기(ATM)도 먹통이 되는 등 문제가 생겼다. 사상 초유의 통신 재난 사태가 발생한 셈이다. 정부와 통신사가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해 문제가 커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협력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실제 앞서 지난 4월 발생한 SK텔레콤의 통신 장애 사태 당시도 SK텔레콤 고객들은 서비스가 복구될 때까지 약 3시간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특정 통신사에서 장애가 발생할 시 타사와의 공조 체계가 전무해서다.

백업망이 없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백업망이란, 통신망에 문제가 생겼을 때 우회해 사용할 수 있는 비상망 개념이다. 정부가 통신구 등급(A~D)에 따라 통신사에 백업망을 권고하고 있지만 현재 모든 등급의 통신구에 백업망을 구축하고 있지 않다. 통신사 투자 여력 탓이다. 화재가 발생한 아현지사 통신구는 D등급으로, KT가 백업망을 설치하지 않은 곳에 해당한다. 사용하는 망에 문제가 생겼을 때 사용할 비상 회선이 없다는 의미다. 

문제는 통신의 활용도가 과거 대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제조, 금융 등 주요 산업으로 통신서비스 사용이 확대되면서 통신을 공공재 성격으로 보는 시각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통신3사의 협력 방안은 미비하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6일 “통신은 공공성을 가진 공공재”라며 “특정 회사가 모든 문제를 수습하기엔 한계가 있다. 통신3사가 재해나 유사시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책 수립 나선 통신3사, ‘상호 지원’이 핵심

이에 정부와 통신3사가 대책 수립에 나선다. 유영민 장관은 “화재 재발방지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와 같은 사고발생에 대비해 통신3사 등 관련 사업자간 우회로 등을 사전에 미리 확보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통신재난 관리체계 개선 TF’를 구성한다. 여기에는 정부기관 및 통신사업자가 대거 포함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소방청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CJ헬로 등이 참여한다. 이들은 통신 재난 대응 체계를 재점검한다. 재발 방지 및 신속한 재난 대응을 위해서다. 

제도적 보완에 나서는 셈이다. 이들은 연말까지 대책 수립에 나설 계획이다. 구체적인 대책은 연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력하는 것은 통신사간 협력 방안이다.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타사에서 지원이 필요한 문제 등을 논의해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목적이다. 망을 공동 사용하는 방법도 논의될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통신 재난이 발생해도 망을 공동 사용 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통신사의 백업망 구축도 언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화재 이후 유선망 중요도가 높아져서다. 다만 통신사의 투자 여력에 따라 정부의 유선망 구축 지원 문제도 지적되는 상황이다. 공공재 성격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사업자에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KT의 경우 전국 네트워크 시설 특별점검 및 상시 점검을 강화한다. 비의무 지역에도 스프링클러 설치에 나선다. 또한 통신3사간 로밍 협력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동 기지국과 와이파이를 상호 지원하는 문제도 논의한다. 이 같은 결정은 특정 통신사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다른 통신사 서비스 접속이 가능하도록 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목적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 바로 국가의 최고 책무”라며 “다각도로 정확한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불이 왜 났느냐가 아니라 왜 대응이 이렇게 밖에 이뤄지지 못했는지 뼈저리게 자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