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0 22:06 (월)
[최운열 의원 인터뷰] “경제 프레임 전쟁서 졌다”
[최운열 의원 인터뷰] “경제 프레임 전쟁서 졌다”
  • 정계성 기자
  • 승인 2018.11.28 18: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운열 민주당 의원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인색하게 평가했다. /김경희 기자
최운열 민주당 의원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인색하게 평가했다. /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최운열 의원은 민주당 내 손꼽히는 경제 전문가로 통한다.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를 시작으로 금융학회 회장,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국민경제자문위원, 규제개혁위원 등 다방면에서 산학 이력이 남다른 까닭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경제분야 인재가 필요했던 민주당이 먼저 손을 내밀었고,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활약도 작지 않았다. 민주당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 위원장을 맡은 것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의 아젠다였던 ‘경제민주화’를 민주당으로 옮겨오는데 일조했으며, 이는 문재인 후보의 공약이었던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자양분이 됐다. 지금은 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을 맡아 경제정책과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야당의원들도 경제분야에서 만큼은 최 의원의 실력과 권위에 한 수 접어줄 정도다.

하지만 최근 최 의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대했던 경제정책의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률 저하, 소득 양극화 심화, 취업자 증가폭 둔화 등 심상치 않은 경제지표들이 어깨를 누르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의 경제정책이 그 방향성은 맞지만, 접근방식이 너무 급진적이라고 최 의원은 진단했다.

따라서 그는 앞으로 ‘브레이크 역할’을 해보려고 한다. 정부의 무리한 정책추진에는 비록 여당의원이지만 쓴소리를 내고 과감하게 반대를 하겠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70~80년대 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과거’ 경제정책 패러다임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게 최운열 의원의 생각이다.

-통계지표나 언론보도 등에서 경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경제 전문가로서 현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
“일단 소비자심리지수가 100 이하로 떨어진다는 것은 소비자나 기업들이 경제전망을 나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전체 국민들이 미래에 대해 낙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 같다. 다만 위기라고 진단하기에는 조금 이르다. 보통 잠재성장률 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으면 위기라고 하는데, 현재 그렇지는 않다.

물론 분야별로 하나하나 살펴보면 징후는 있다. 예를 들어 우리 경제를 지탱해왔던 자동차, 조선, 철강, 반도체 등 전통의 제조업 분야 경기가 낙관적이지 않다. 좋지 않다고만 할 것은 아니고 대책을 세우는 계기로 삼으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위기가 왔다고 절망하면 희망이 없지 않나. 현 상황과 지표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의 문제다.”

-야권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실패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그렇게 주장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집권여당이 실패해야 집권기회가 오니까.(웃음) 하지만 냉철하게 분석하면 과거로부터 누적된 결과가 나타난 것이지 정책에 따른 효과가 하루아침에 나타난 게 아니다. 김대중 정부 때 벤처기업을 육성해 우리가 IT 강국이 됐다. 그런데 이후 이명박 정부의 토목경제,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부양 등 패러다임이 과거로 회귀했다. 그런 것들의 후유증들이 나타나고 있는 게 이곳저곳 많다.

그렇다고 과거 정권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지난 선거를 통해 과거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우리가 더 잘하겠다고 해서 정권을 잡았다. 문제를 고치겠다고 약속을 하고 정권을 인수했으면 새 정부에서 빠르게 수정을 했어야 했다. 저금리 정책, 부동산 정책을 1년이나 지나고 나서 후유증이라고 얘기해봐야 우리의 책임이지 다른 사람의 책임이 되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소득주도성장이 실패로 지적된다. 최저임금인상이 가장 비판을 받는데.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효과도 보는데, 의욕이 앞서 (시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추진하다가 역효과가 난 것 같다.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고 이를 치유하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할 정책이 세 가지 방향인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다. 똑같이 무게감을 주고 추진했다면 비판이 적었을 거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만 대표정책으로 각인돼 버렸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우리가 프레임 전쟁에서 졌다.”

현재 경제지표 및 통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최운열 의원. /김경희 기자
현재 경제지표 및 통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최운열 의원. /김경희 기자

-방향은 맞는데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미인가.
“최저임금 만원이라고 해도 월 207만원으로 최저생계비 수준 밖에 안 된다. 당연히 더 올라가야 한다. 그렇지만 최저임금 근로자를 채용하는 사람이 소상공인 혹은 영세자영업자들이다. 임금만 올려버리면 이들의 선택지는 세 개다. 사업장 문을 닫거나, 고용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리는 거다. 소상공인들의 임금 지급능력을 보완하고 임금을 올렸어야 했다.

또 시장친화적 방법인 근로장려세제가 있다. 이를 활용해 최저임금인상분 16% 중 절반을 근로장려세제 혜택으로 벌충했다면 근로자의 임금은 오르고 사용자에게 부담은 줄었을 것이다.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이라는 다른 방법을 썼는데 (아쉽다.) 이외에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별화, 업종별 차등화 등을 두고 실시하는 방안도 있었는데, 일률적으로 강하게 추진해서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본다.

대통령께서 최저임금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씀하셨는데 피해를 본 10%는 화가 나지 않겠나. 통계상 상용근로직이 늘었다고 하는데, 1년 이상 근로하면 통계에 ‘상용근로자’로 잡힌다. 이런 1년 이상 근무한 계약직들 입장에서는 노동의 질이 좋아졌다고 말해도 와닿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주 52시간 노동과 탄력근무제가 논란이다.
“근로시간도 당연히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 그런데 바캉스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라고 가정해보자. 2~5월에는 24시간도 부족하겠지만 9~12월은 상대적으로 한가하지 않겠나. 이런 업체에 매주 52시간씩 정산해서 근무시키라고 하면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업종별 특징을 살린 현실적인 탄력근무제를 도입하면 시장에 연착륙 할 수 있다. 다행히 여야정 협의체에서 합의를 했고 지금 마지막 단계인데 고비를 잘 넘겨야 할 것 같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저항이 크기 때문에 출범 초기에 일부러 서두른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한계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은 정리돼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임금 인상과 함께 생계비를 낮춰주는 방식도 있다. 사교육비나 주거비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고 최저생계에 못 미치는 가구는 정부가 보호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세 가지 수단을 같이 했다면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만 부각되진 않았을 것 같다. 그렇다고 야당이나 이른바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대로 정책을 바꾸면 좋아질까. 더 나빠질 것이다. 이 방향으로 가되 속도나 수단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자는 얘기다.

한계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지속가능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대신 사회안전망을 갖춰서 최저생활을 할 수 있도록 먼저 준비하는 게 정부의 책무다. 그런 대책이 같이 나왔어야 했는데 부족했던 측면이 있다.”

-정부가 말했던 ‘소득격차완화→소비증가→경기활성화→기업투자증가’ 선순환 구조는 언제쯤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나.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지금처럼 한다면 오히려 부작용만 나오고 선순환 효과가 안 나올 수도 있다. 혁신성장과 공정경제에 포커스를 맞추고 소득주도성장을 같이 가도록 바꿔야 한다. 집권여당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문제가 생기면 규제를 하는 옛 방식의 마인드를 가지고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이대로라면 다음 총선과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

-규제혁신을 이야기 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우리처럼 개방된 사회에서 규제가 많아지면 개인은 상대적으로 덜한 쪽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골프 특별소비세 때문에 일본이나 동남아로 나가지 않나. IT 기업들도 외국에 창업하고 투자를 한다. 대표적인 게 원격의료다. 지금 중국이 과감히 허용해서 한국의 유능한 의사들을 스카우트 하고 있다. 이 의사들을 이용해 곧 한국인 환자들을 유치할 것이다. 문제가 된다고 우리가 중국을 규제할 수 있나. 소수의 이해관계자를 대변해 다수 국민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 70~80년대식 규제 마인드는 폐쇄형일 때나 효과가 있지 지금은 아니다.”

최운열 의원은 정부정책에 대한 쓴소리와 함께 앞으로 브레이크 역할을 하겠다고 자처했다. /김경희 기자
최운열 의원은 정부정책에 대한 쓴소리와 함께 앞으로 브레이크 역할을 하겠다고 자처했다. /김경희 기자

-비판 때문인지 최근 대통령 메시지에 소득주도성장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신 ‘포용국가’를 내세우고 있는데 어떤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까.
“경제민주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포용적 성장이 우리 정부의 경제목표가 돼야 한다. 포용적 성장을 달성하는 수단이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마치 수단이 목표인 것처럼 된 것 같은데 프레임을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양극화를 줄이는 수단이 소득주도성장이고, 기존 규제와 관행을 바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혁신성장,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경쟁 및 상생을 보장하는 게 공정경제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각료 중심 국정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 관료에 대한 불신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 어떤 취지의 주장인가.
“지금의 정부 운용 방식은 너무 청와대 위주다. 장관이 정책을 펼 기회가 많지 않고, 누가 장관인지도 (국민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아주 비정상적이다. 인수위가 없었던 초창기에는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제는 각 부처 장관 중심으로 운영을 해야 한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묻고 경질하면 된다. 지금은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대통령에게 비난의 화살이 가는 위험이 있다.”

-관료들은 보신주의가 있다. 특히 정권이 칼을 세게 쥐면 더 움츠려드는 경향이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답답하지 않겠나.
“적폐청산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직업공무원은 정파에 소속된 것이 아니고 이념에 따라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그런 사람들을 적폐청산 대상으로 하면 어느 공무원이 일을 하겠나. 장차관은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그 이하는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문제를 빠르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적폐청산 얘기가 나왔으니까. 얼마 전 국무조정실장에게 심각한 경제문제가 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일자리라고 답변이 오더라. 그런데 일자리는 민간이 90%를 담당한다. 내가 보기에는 기업하는 사람들이 의욕이 꺾인 게 가장 큰 문제 같다. 어느 날은 국세청이 와서 세무조사하고, 다른 날은 노동부가 부당노동행위 조사하고, 공정위 관세청 마지막으로 검찰까지 와서 압수수색 하는데 기업 운영할 맛이 나겠나. 요즘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게 가장 큰 위기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데,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나.
“기업이 잘 돼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다 동의를 한다. 그런데 기업과 기업인을 구분하지 못하고 동일시하는 것 같다. 현대차가 잘 되면 정몽구가 잘먹고 잘산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실 직원, 소비자, 주주, 협력업체, 은행 다 이해관계자 아닌가. 그래서 기업이 잘 돼야 하는데, 마치 ‘현대차는 정몽구’라는 등식이 있어서 정부가 쉽게 말을 못 꺼내는 것 같다. 이걸 국민에게 잘 인식시켜야 한다. 기업인에게 문제가 있다면 죄를 물어야 하지만 기업을 옥죄는 것과는 다르다. 자신감을 가지고 구분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친노동과 친노조도 구분했으면 좋겠다. 과거 성장기에 우리 노동자들이 희생당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친노동 기조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친노조는 안 된다. 이것을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에 ‘친노조 반기업’ 소리를 듣는 것 같다.”

-정부나 청와대 입장에서는 굉장히 쓴소리로 들릴 것 같다. 민주당 소속으로 부담스럽지 않나.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성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냉전 이데올로기, 수구세력에 정권이 넘어가면 그야말로 우리는 희망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방식이라면 성공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정부여당 내에서 브레이크 역할을 할 생각이다. 모두 엑셀만 밟으면 사고가 나는데, 아무도 브레이크 역할은 안 하고 있다. 다음 총선을 생각한다면 부담스럽겠지만 나는 다음 커리어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과감하게 말할 수 있다. 무서운 줄 모르고 하하(웃음).”

-마지막으로 정부나 국민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단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청년 일자리 문제가 관심이 가장 크다.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이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고 살아야 하는데, 그것은 기업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이뤄지기 어렵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기본적으로 정부가 할 일이다. 그것만 인식하고 정책을 만들면 우리 경제가 비록 지금은 어렵지만 더 좋은 국면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정책에는 가속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또 성급한 측면이 있다면 조절을 하는 역할을 하겠다.”


해당 박스는 '광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