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인천에서 열린 제 6차 OECD 세계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뉴시스
27일 인천에서 열린 제 6차 OECD 세계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제 6차 OECD 세계포럼이 27일 한국 인천에서 막을 올렸다. OECD와 통계청이 공동 개최하는 이번 포럼의 주제는 ‘미래의 웰빙’. 발표자들은 경제성장률에 과도하게 의존하던 기존 정책기조에는 한계가 있으며, 그 대신 국가가 국민의 생활영역을 더 폭넓게 보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경제 석학들 “GDP 한계 넘어서는 새 지표 필요”

포럼 첫날 의제를 주도한 것은 ‘경제성과와 사회발전 측정에 관한 고위전문가 그룹(HLEG)’이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를 비롯한 저명한 경제학자들과 마틴 듀란 OECD 통계데이터국장·프로납 센 전 인도통계청장·발터 라드마흐 전 유럽연합통계청장 등 각국의 통계전문가들로 구성된 HLEG는 지난 2008년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를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출범했다. 이날 HLEG가 발표한 ‘GDP를 넘어서: 경제 및 사회발전의 측정에 대해’ 보고서에는 이들이 GDP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5년간 진행한 연구 결과가 담겨있다.

한 나라의 모든 경제주체가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양을 나타낸 국내총생산(GDP)은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경제지표다. 그러나 보고서는 경제구조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늘어난 자산이 어떻게 분배되는지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못하는 GDP가 거의 모든 경제정책의 근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문제제기했다. 경제학자와 정책결정자들이 GDP에 지나치게 집착하다가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며, GDP가 경제정책을 넘어서 일반복지 분야에서도 정책적 근거로 오용되는 사례도 있다.

보고서는 그 원인을 “풍요로운 삶(웰빙)을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하나의 숫자로 나타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충분한 신뢰성을 가진 ‘웰빙 지수’를 개발해 GDP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역시 “삶의 질, 그리고 더 나은 삶에 대한 열망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지표를 가져야만 더 좋은 정책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말로 GDP를 대체할 통계지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HLEG는 GDP를 대체하려는 시도가 일부 반대파들의 주장처럼 성장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경제 시스템을 더 폭넓게 바라보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최근 세계 주요국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회복하는데 성공했지만, 금융위기로 늘어난 불평등과 경제계의 불안은 숫자로 계량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곧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경우 지난 2000년 50%를 넘었던 정부 신뢰도가 2015년에는 20% 초에 그쳤다.

◇ 어떻게 만들 것인가

앞으로 ‘웰빙 지수’를 설계하게 될 경제학자·통계학자들은 어떤 자료들을 ‘삶의 질’을 평가할 잣대로 선별하게 될까. 몇 가지 참고할 만한 선례는 있다. OECD는 이미 지난 2011년부터 ‘더 나은 삶 지수’를 만들어 국가별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해당 지수에는 일자리·직업·소득 등 경제지표와 함께 건강과 삶의 만족도, 일과 삶의 균형 등 11가지 지표가 활용된다. 새로 개발될 ‘웰빙 지수’는 ‘더 나은 삶 지수’를 보완·개량하는데 사용될 방침이다. 

한편 한국 통계청의 경우 12개 영역·80개 지표를 바탕으로 제작한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를 지난 2017년 첫 공개했다. 당시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계열 변화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5년 한국 국민 삶의 질은 2016년에 비해 11.8% 증가했으며, 이는 동기간 GDP 증가율(28.6%)의 41.3% 수준이다.

UN이 지난 2015년 발표한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DGs)’도 있다. SDGs는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 마련된 가장 국제적이고 대표적인 지표로 뽑힌다. 2030년까지 모든 형태의 빈곤을 종식시키는 것이 목표며, 건강·교육·성 평등과 같은 가장 기초적인 과제들은 물론 경제·기술·사회·환경 등에 걸친 다양한 정책과제까지 담고 있다.

다만 HLEG는 SDGs가 세계 각국이 활용할 수 있는 공통 지표로 삼기에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SDGs는 17개의 주 목표와 169개의 세부 목표로 구성돼 있으며, 이 세부 목표들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지표는 모두 200개가 넘는다. HLEG는 이 중 어떤 지표를 국가정책의 계기판으로 삼을지 선별하는 작업이 상당히 복잡할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각국 정부에게서 독립성을 인정받은 통계기관이 SDGs 달성 과정을 감시하고, 국제기구들은 개발도상국의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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