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업 분야에서 한국의 국제수지 적자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진은 공항에서 해외여해을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 /뉴시스
관광업 분야에서 한국의 국제수지 적자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진은 공항에서 해외여해을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국내 여행객은 점점 해외로 빠져나가는 반면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원은 5일 한국 가계소비에서 해외 순소비(외국인 국내소비-가계 해외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OECD 32개국 중 5번째로 높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보다 해외 순소비 비중이 많은 4개 나라는 노르웨이·리투아니아·벨기에·독일이었으며, 22개국은 외국인의 국내 소비가 내국인의 해외 소비보다 많았다.

이는 자연스레 국내 관광산업계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자료에 따르면 한국 여행수지는 지난 2015년 이후로 꾸준히 연평균 100억달러 안팎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드 배치 사태로 중국 단체관광이 중단됐던 2017년에는 적자 폭이 171억1,000만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2015년 기준 한국 관광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로 OECD(전체 평균 4.2%)가 관련 데이터를 공개한 25개 회원국 중 24위에 그쳤다.

◇ “비용 차이 크지 않다” 급증한 해외여행

한국인의 연평균 해외여행 횟수는 2013년 1.2회에서 2017년 2.6회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는 여행객들 사이에서 국내 여행지의 선호도가 그만큼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해외 여행지에 대한 비교우위였던 가격경쟁력이 약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뽑힌다.

한국관광공사가 작년 11월 발표한 ‘2017 해외여행 실태 및 2018 해외여행 트렌드 전망’ 보고서다. 한국관광공사가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내여행보다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로 ‘국내여행과의 비용 차이가 크지 않아서’라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29.4%). 또한 응답자의 43.1%가 ‘저렴한 경비’를 가장 중요한 해외여행 목적지 선택기준으로 뽑아 더 이상 해외여행이 사치로 인식되고 있지 않음을 드러냈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저가항공의 해외 노선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여행 비용은 올랐다. 한국경제원은 한국의 최근 물가지수 변화를 분석한 결과 항공료·호텔 숙박비 등 관광업 관련 품목의 물가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올랐다고 밝혔다. 국제 항공료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1.2% 감소한 반면 국내 항공료는 14.8% 증가했다. 또한 동기간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는 13.0% 올랐지만 호텔숙박료와 콘도이용료의 증가율은 각각 31.6%와 31.9%에 달했다. 여행 예산에서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음식·숙박서비스·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역시 평균보다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국내여행에 금전적인 이점이 없다는 문제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적용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17년 발표한 국가별 관광경쟁력 순위에서 한국 관광산업의 가격경쟁력은 세계 88위 수준으로 평가됐다(최종 순위 19위). 지난 2015년 조사보다 21계단이 상승했지만 중국·동남아시아·동유럽 등 개발도상국 여행지들에 비해선 여전히 낮다.

◇ “마케팅 약해, 볼거리도 부족” 한국 찾는 발길 뜸해져

물론 가격경쟁력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요소는 아니다. 해외 여행객 유치 분야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세계경제포럼의 관광경쟁력 순위에서 일본(94위)·스페인(98위)·독일(115위)·프랑스(118위)·영국(135위) 등 ‘탑5’ 국가들은 모두 한국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볼거리와 관광 인프라만 충분하다면 다소 높은 물가수준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보다 심각한 것은 세계 63위 수준으로 평가된 관광정책 경쟁력이다. 한국은 관광산업에 대한 정부 지출(87위)과 매년 수집되는 여행업 관련 자료의 포괄(95위)이 부족하며, 국가 브랜드 제고·홍보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내 대표 관광지인 제주도의 부진이 대표 사례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제주지역 관광객의 지역경제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의 관광 부가가치율은 지난 2015년 이후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관광객이 지역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줄어드는 중이다. 올해 7·8월에는 사드 배치 사태가 진정되면서 외국인관광객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감소한 현상도 나타났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이 악화됐다”며 ▲관광상품 중심의 마케팅 전략과 ▲지역자치단체의 컨트롤 타워 역할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부족한 관광 다양성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뽑힌다. 한국은 여행목적별 경쟁력 평가에서 문화유산 답사 및 비즈니스 목적의 여행에 편중(12위)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세계경제포럼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 자연유산이 1곳(제주 화산섬·용암동굴)에 불과하고, 국제적인 인지도도 매우 낮다”며 한국을 자연관광 분야에서 114위에 놓았다.

한편 환경지속성 분야에서는 극심한 미세먼지(130위)가 외국인 관광객 유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낮은 생물다양성(117위)과 어류 남획(84위)은 자연관광과 환경지속성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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