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코레일 강릉발 오전 7시30분 서울행 KTX 산천 고속열차가 강원도 강릉시 운산동 구간에서 탈선, 코레일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 뉴시스
8일 오전 코레일 강릉발 오전 7시30분 서울행 KTX 산천 고속열차가 강원도 강릉시 운산동 구간에서 탈선, 코레일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성 기자] 지난 8일 오전 7시 35분. 강릉에서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KTX 열차가 선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강릉에서 출발한 지 5분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열차 10량 중 앞 2량은 엿가락이 부러진 것처럼 ‘T’자 형태로 완전히 꺾였고, 열차가 들이받은 전신주는 휴지조각처럼 구겨졌다. 정도의 차이일 뿐 사실상 열차 10량이 대부분 선로를 이탈했다

사고 당시 열차에는 기관사, 승무원, 승객 등 총 198명이 탑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고로 승객 15명과 코레일 역무원 1명 등 총 16명이 타박상 등 경상을 입었다.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출발한지 얼마 안 돼 시속 103km의 저속주행 중이라 참사를 면할 수 있었다. 부상을 당한 승객들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뒤 귀가했다. 나머지 승객들은 코레일이 긴급 배치한 버스를 타고 강릉역 등으로 이동해 다른 KTX 열차로 환승했다.

이번이 사고가 난 KTX강릉선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대비해 지난해 12월 22일 개통한 열차다. 개통 1주년을 코앞에 두고 기관차와 객차가 선로를 이탈하는 중대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코레일 측은 급격히 떨어진 기온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언급했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8일 오후 강릉시청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 선로에 이상이 생길 수 있어 코레일은 동절기 예방대책으로 선제적으로 선로점검을 시행해왔다”며 “그럼에도 이날 발생한 사고는 기온 급강하에 따라 선로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사장은 일부에서 선로전환기 신호이상을 정비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고원인은 항공철도조사위원회를 포함한 국토부와의 정밀한 사고 원인 분석을 통해 답할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사고 현장에 파견된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들도 사고 당일인 8일 현장을 둘러본 뒤 선로전환 등을 포함한 신호제어시스템의 오류가 원인이라고 1차 추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뉴시스
사고 현장에 파견된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들도 사고 당일인 8일 현장을 둘러본 뒤 선로전환 등을 포함한 신호제어시스템의 오류가 원인이라고 1차 추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뉴시스

특히 오 사장은 지난주까지 주요 선로의 선로전환기를 포함한 선로 일제점검을 완료했으나 선로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었다고 강조했다. 여러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선로나 열차 결함보다는 날씨 쪽에 무게를 둔 것이다.

그러나 9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KTX강릉선 탈선사고 원인이 신호제어시스템 오류가 원인이라고 1차 추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차의 궤도를 바꾸는 역할을 하는 선로전환기의 회로 연결 불량이 원인이라는 잠정 결론이 나온 것. 쉽게 말해 두 방향으로 갈라지는 선로에 각각 전환기가 설치돼 있는데, 그 상태를 표시해주는 회로가 반대로 연결돼 있었다는 것이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사고원인을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게 조사위의 설명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코레일은 탈선 사고 직전 차량 사고를 의심케 할 신호가 들어왔지만 탈선 사고를 막지 못했다. 사고 직전 강릉역과 코레일 관제센터에는 강릉차량기지 방향으로 열차를 보내는 ‘21A’ 선로전환기의 문제 신호가 접수됐지만, 코레일 직원들의 현장점검에도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케이블이 잘못 끼워져 있어서 정작 고장 난 ‘21B’ 선로전환기는 들여다보지도 못했다. 열차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신호가 뜬 서울행 선로(21B 관할)로 직선 주행했다가 사고가 났다. 움직이는 선로가 당초 진행해야할 선로와 붙어 있지 않다보니 열차는 탈선한 것이다.

문제는 해당 선로전환기 회로가 1년여 전인 강릉 KTX 개통 때부터 잘못 연결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코레일 측은 9일 이 같은 내용의 1차 조사결과를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보고하면서 “최종 점검이 2017년 9월 17일에 있었고, 그때 결손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자칫 평창올림픽을 치르는 동안에도 큰 사고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이 때문에 애초부터 부실시공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선로전환기 설계, 시공, 검사까지는 철도시설공단이 맡지만 개통 이후에는 코레일에서 선로전환기를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돼 있다. 남강릉 분기점의 선로전환기와 신호제어 시스템은 지난해 6월 설치됐다. 아직 철도공단이나 코레일 어느 기관에 선로전환기 연결 불량 책임이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선로전환기 설계·시공·검사·유지보수 중 어느 단계에서 결함이 발생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한편 코레일은 직원 300여명을 투입하고 기중기 등 장비를 동원해 선로를 이탈한 차량 10량을 앞쪽 전동차부터 인양했고, 객차 2량은 분리 작업을 실시했다. 국토부는 10일 오전 2시쯤 복구 완료 후 오전 5시 30분쯤 첫 열차를 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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